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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혐오로 얼룩진 한국사회 … 남녀 성갈등 남혐·여혐으로 변질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6-09 18:44:47
  • 수정 2016-06-12 14: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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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혐오 ‘남성이 역 성차별 희생자’ 인식서 유발 … 전문가들, 혐오범죄 단정 어려워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일부 남녀간 갈등이 ‘여혐’(여성혐오)과 ‘남혐’(남성혐오)이라는 변질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23살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동기로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밝히면서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18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출구에는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고,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여성혐오 범죄를 추방하자는 ‘하얀리본’ 캠페인이 진행되는 등 추모물결이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가 직접적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학계에서도 여성혐오라는 사회현상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정인경 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포스트페미니즘 시대 인터넷 여성혐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성차별 희생자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인식은 한국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며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에 여성혐오를 유발하는 기본적 정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갑 건국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미영 백석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비롯해 여성혐오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여성혐오 담론을 분석해 “여성혐오는 동서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문화적 요소 중 하나로 가장 중요한 동력은 기독교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라고 설명했다.

묻지마 살인의 원인을 여성혐오로 단정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피의자는 4번이나 치료를 받은 정신분열환자로 환각이나 망각 상태에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대상을 공격한 것이지 여성혐오 범죄라고 보면 안 된다”며 “정신질환자 관리 부실 문제를 남녀 대결의 문제로 보는 등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혐오 범죄라는 것을 계속 강조해 인식시키면 오히려 반감을 유발해서 누군가 실제로 고의를 가지고 진정한 의미의 여성혐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혐오범죄는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특정 인종이나 종교가 우월하다는 등 왜곡된 신념에 사로잡혀 행동이 격화돼 범죄로 이어지는 ‘사회병리’ 현상 중 하나”라며 “어떤 신념이나 집단의식을 공유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에 반하는 소수자 또는 개인에게 모든 부정적인 것을 투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려우며 정신병력이 있는 가해자의 피해망상이 도발해 범죄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혐오범죄(Hate Crime, 증오범죄)는 동성애자, 특정인종 등 자신과 다른 사람 또는 사회적 약자계층에 증오심을 갖고 범죄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특정 다수가 범죄의 대상이란 점에서 사회가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나치추종자나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는 비밀결사단체 KKK(Ku Klux Klan) 등의 증오범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에선 1991년부터 증오범죄를 공식범죄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매튜 셰퍼드-제임스 버드 주니어 증오범죄 금지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성혐오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여초(여성 초월, 여성 다수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남성우월주의자인 마초의 상대어) 카페에서는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많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시민단체 양성평등연대 관계자는 “1980년대 이후 여권이 급격히 신장하면서 법·제도적으로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 일부 젊은 남성들이 여성 기득권층이 아닌 일반 여성에게도 화살을 돌려 분노와 혐오를 표출했고, 이에 여성들도 ‘미러링’ 방식으로 남성혐오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로 변질된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성평등연대 관계자는 “남성이 비판할 대상은 남성을 적으로 삼는 극단적 페미니즘 세력이지 일반 여성이 아니다”며 “남성은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을 중단하고 피아 식별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도 남성에 대한 혐오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며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간다고 해서 여성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대립구조로 가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개인, 한 남성의 문제로만 봐서도 안 된다”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약자에 대한 폭력 등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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