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이나 에이즈 등 난치성질환 극복을 위해 유전자변형 동물모델을 이용한 연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이상욱·성영훈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말 발견된 최신의 4세대 유전자가위인 ‘씨피에프1(Cpf1)’을 이용해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자르고 편집함으로써 암과 면역부전 생쥐를 생산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 대부분의 실험실에서는 시설이나 기술 부족으로 유전자변형 생쥐를 만들 수 없었다. 또 특허 문제로 같은 종류의 실험동물 생산이 불가능해 대부분의 유전자변형 쥐를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해왔다.
이번 연구성과로 한 마리에 수십만 원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는 연구용 유전자변형 쥐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자체 생산함으로써 외화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초연구 성과가 산업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또 기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했을 때 최장 2년까지 걸리던 유전자변형 쥐 생산 기간을 4세대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6개월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생체내 유전자의 기능 연구나 질환 동물모델 개발로 이어져 질병의 심층적 연구와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팀은 2015년 말 미국의 한 의학자에 의해 발견된 4세대 유전자가위인 ‘Cpf1’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는 ‘유전자 녹아웃(Knock-out)’을 통해 암이 생기는 쥐와 면역이 억제된 쥐를 생산했다. 이 기술은 ‘Cpf1’를 통한 유전자편집의 활성 효과가 70% 이상으로 높아 유전자변형 쥐 생산의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아직까지 개념만 알려져 있던 ‘Cpf1’을 처음으로 활용해 유전자변형 쥐를 생산했고, 그동안 수년 간 쌓아온 이 교수팀의 2세대와 3세대 유전자가위의 경험을 통해 생산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데 의미가 크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해 절단하는 효소로 유전자가위에 의해 절단된 DNA는 세포 내에서 재빨리 수리된다. 이 때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DNA의 염기서열을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특성 탓에 유전자가위가 유전자치료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이상욱 교수는 “그동안 서울아산병원 실험동물연구실이 2세대와 3세대 유전자가위 기법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생산 기간도 단축해 지난해에만 국내 최대 규모인 30종의 유전자변형 동물을 생산했다”며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4세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변형 쥐의 생산 연구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욱 교수는 “특히 이번 연구 성과로 생산된 질환모델 동물을 통한 국제적 연구경쟁력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며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연구비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동물모델 수입에 따른 외화 낭비를 줄이고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가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의 인프라구축 정책 지정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후속연구),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국가마우스표현형 분석기반 구축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권위가 가장 높고 임상저널을 제외한 기초 생명공학 분야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인용지수 41.514 )’ 온라인판 7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