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골다공증은 중장년층 이후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얼핏 두 질병 사이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당뇨병 탓에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두 질환이 동반되면 음식 섭취는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우울증 등 정신적인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와 함께 각종 만성질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만성질환 환자는 연평균 2.9%씩 증가했으며 2014년엔 약 142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8%를 차지했다.
여러 만성질환 중 당뇨병은 고혈당성 혼수, 저혈당, 혈관합병증, 당뇨발, 당뇨병성신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뼈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각종 관절질환에 취약한 중장년층은 당뇨병 관리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김세화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인슐린은 혈당을 감소시키는 것 외에도 뼈가 튼튼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1형 당뇨병 환자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아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 파괴에 따른 인슐린 결핍으로 인한 제1형 당뇨병, 인슐린저항성 및 점진적인 인슐린분비 결함으로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제1형은 자가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제2형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상태에서 스트레스·비만·운동부족·노화 등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발병한다.
제1형 당뇨병으로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골형성 및 골무기질화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기에 1형 당뇨병이 발병할 경우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골량이 부족해 골다공증 등 각종 관절질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연구결과 어린 나이에 1형 당뇨병이 발병한 환자의 20%에서 골다공증이 발병했으며, 이들은 대퇴부(넓적다리) 골절 위험이 6.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형 당뇨병의 경우 골밀도는 정상인과 비슷하지만 골질이 저하돼 골다공증 및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특히 엉덩이뼈 골절 위험이 정상인 대비 1.7배 정도 높다. 당뇨병으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뼈 단백질에 유해물질이 쌓이면서 염증 수치가 높아진다. 또 칼슘의 상당수가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돼 뼈의 질이 저하된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나이가 많거나 신장 또는 신경에 합병증이 있으면 골절 위험이 최대 37배까지 증가한다. 생리적인 기전 외에도 당뇨병 환자는 식이제한이 거의 필수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에 칼슘 등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 뼈가 약해질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신경합병증, 뇌혈관질환 등 당뇨병 합병증에 의한 낙상사고가 골절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뇌혈관질환으로 운동·감각기능이 저하되면 잘 넘어질 수밖에 없다. 또 저혈당 쇼크가 오면 갑자기 실신해 부딪히면서 골절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
고령 만성질환 환자이거나,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당뇨병성 합병증이 동반됐거나, 환자 자신이나 직계가족 중 골다공증과 골절 병력이 있거나, 매우 마르거나, 과도한 흡연과 음주가 습관화된 경우 전문의와 상담해 골다공증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김세화 교수는 “당뇨병에 따른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혈당조절, 균형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며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주기적으로 골밀도를 측정해 뼈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칼슘과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게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당뇨병 환자는 각종 합병증이 동반된데다 뼈 강도까지 약해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독이 된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운동을 심하게 하면 ‘카테콜아민’이 증가해 인슐린 작용이 억제되는 반면 간에서 포도당 합성은 늘어 고혈당 상태가 악화된다. 고혈당은 다시 뼈 약화로 이어져 당뇨병과 골다공증 증상이 심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당뇨병 및 골다공증 위험 환자는 농구, 축구 등 신체 접촉이나 뛰는 동작이 많은 고충격 운동은 삼가고 걷기, 자전거, 노젓기 등 저충격 운동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