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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은 모두 여성 책임? … 임신 전 검사 남성 50%, 정액 이상소견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6-01 15:55:47
  • 수정 2016-12-28 11: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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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전 진료여성 중 23.5%만 부부 함께 내원 … 고혈압치료제 등 정자 질 떨어뜨려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계획임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여성에게 요구되는 책임에 비해 남성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신 성공이라는 결과에 집착해 건강한 임신을 위한 과정이 생략되면서 남성 요인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진호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한정열 산부인과 교수팀은 2011~2014년 제일병원에서 임신 전 관리를 목적으로 진료받은 여성 260명을 조사한 결과 61명(23.5%)의 배우자만이 상담을 위해 비뇨기과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비뇨기과 진료를 받은 남성 중 정액검사 이상 소견은 2명 중 1명꼴인 45.9%(28명)에서 확인됐다. 비임균성 요도염 원인균 감염은 29.5%(18명), 남성 난임의 주요 원인인 정계정맥류는 18%(11명), 염색체 이상은 1.6%(1명)에서 진단됐다.

연구팀은 실제 진료를 받은 남성이 소수임을 감안할 때 병원을 찾지 않은 남성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건강한 임신을 저해하는 원인을 가진 남성이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2013년 발표한 체외수정시술 난임 원인 분석결과에 따르면 여성 요인이 31.3%, 남성 요인은 6.2%로 여전히 남성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인을 제외하면 여성·남성 요인이 각각 반반에 이른다는 의학적 보고와는 상반된 결과다.

시험관아기 등 보조생식술의 발달이 난임부부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남성 건강에 대한 진단과 치료, 교정, 자연임신 시도라는 절차가 생략되면서 난임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고 임신의 결과에만 집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통계에 반영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남성 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남성의 초혼 연령과도 연관된다. 국내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4년 만 28.6세, 2004년 만 30.9세, 2014년 만 32.8세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여성이 나이들수록 생식능력이 떨어지듯 남성도 나이를 먹을수록 정액 사정량과 정자의 수와 운동성 등이 감소한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질병, 유해약물,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 부적절한 생활습관 등 정액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남성이 임신 전 관리를 받아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남성의 임신 전 관리는 주된 위험요소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임신계획 수립 여부 △질병력과 수술력 △투여약물 △가족력과 유전적 위험요소 △사회력(작업환경) △위험행동 △영양섭취 △정신건강 △신체검사 등 9개 영역에서 이뤄진다. 부부의 경제력과 나이, 연상·연하 등 특수성을 임신계획에 반영하고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과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수술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치료제, 전립선비대증 및 탈모치료제, 항진균제 등은 정자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이나 탈모치료제로 사용되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의 경우 투약중단 후에도 지표가 회복되는 데 3~1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취미활동도 평가 대상이다. 몸매 관리를 위해 먹는 스테로이드 함유 단백질보충제는 고환위축, 무정자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한다. 유기용제 등 화학물질 및 중금속 함유 물질이 포함된 수제가구 만들기, 그림 그리기, 도자기 제작, 사격 등도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철·전자·염색·섬유산업·발전소 등에 종사해 직업상 독성물질을 다루거나, 보호복 착용 및 고온의 작업환경에서 근무하는 남성도 임신 전 관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최진호 교수는 “임신 전 남성관리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다수 남성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을 찾은 뒤에는 이미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위험요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신 전 남성관리는 임신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임신결과를 좋게 하는 것은 물론 배우자와 자신의 건강을 증진하고 부성(父性, fatherhood)으로서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 결과보다는 건강한 임신을 위한 과정에 중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모자보건학회지 제20권 1호(2016년)에 ‘임신 전 남성관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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