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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무릎과 닮은 약초 ‘우슬’ … 무릎·관절질환 치료효과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5-25 10:47:36
  • 수정 2016-05-25 10: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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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삼과 함께 먹으면 효과 배가 … 알레르기 개선, 약차·약술로 먹어

과거 중국 안후이성에 한 가지 약초의 뿌리로 근육과 뼈에 대한 병을 치료하는 의원이 있었다. 나이가 든 의원은 자신의 비방을 누구에게 전해줄지 고민하다 인성이 가장 올바른 제자를 후계자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제자들은 처음에 스승에게 돈이 많은 것으로 짐작하고 잘해줬지만 돈이 없다는 것을 안 뒤 하나둘씩 떠나갔다. 하지만 제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제자가 끝까지 스승을 부모처럼 모셨다. 의원은 제자의 진심에 감동해 자신의 비방을 전해줬고 제자는 스승의 뜻을 평생 세기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명의가 됐다고 전해진다.

어린 제자가 스승에게 전해받은 약초는 ‘우슬’(牛膝)이다. 우슬은 줄기의 마디가 소(牛)의 무릎(膝)과 닮아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한의학(형상의학)이나 민간요법에서는 식품의 생김새와 질환과의 연관성을 지어 치매·뇌졸중 등 뇌질환에는 뇌를 닮은 호두, 무릎관절염에는 우슬이나 고양이(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탄력성)를 치료 식품으로 썼다.

우슬은 지역에 따라 ‘우경’(牛莖), ‘백배’(百倍), ‘대절채’(對節菜), ‘계교골’(鷄膠骨) 등으로 부른다. 중국에서는 허난성에서 난 우슬을 우량품으로 인정해 ‘회우슬’(懷牛膝)이라고 칭한다. 우슬의 학명은 Acyranthes bidentata blume이다. 비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한다. 우슬의 키는 50~100㎝ 가량이다.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8~9월에 걸쳐 초록빛의 꽃이 핀다. 가을이 되면 긴 타원형에 열매가 익으며 한 개의 씨앗이 들어있다.

국내에서 우슬은 연간 300t 가량 소비된다. 하지만 재배면적 25ha에서 약 50t만이 생산돼 나머지는 중국에서 수입된다. 산과 들에 흔히 야생하지만 경제성이 맞지 않아 이를 채취해 약용으로 쓰는 경우는 양이 매우 적다.
국내 주산지로는 전남 장흥군, 화순군, 강진군 등이 꼽힌다. 전남 지역에서 전국 생산량의 약 70%가 나온다. 지난 2월 전남농업기술원은 종실의 크기가 균일하고 무거워 종자생산량이 재래종보다 약 35% 많은 품종인 ‘우강’을 육성해 농가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신경통 치료에 효과적인 엑디스테로이드(ecdysteroid) 함량이 재래종보다 14% 가량 많아 생약재로 사용하기에도 적절하다.

우슬은 조선시대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중국 명나라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신경통과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강하게 하며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노인들의 허리와 무릎 통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돼 왔다.

손동화 한국식품연구원 대사질환연구단 박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슬 추출물이 알레르기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800여종의 천연물 및 식품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 우슬이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ACD, allergic contact dermatitis)과 식품알레르기에 좋은 효과가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 ACD는 면역학적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전세계 인구의 약 15~20%가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면역시스템 오작동으로 가려움, 콧물, 재채기 등을 유발한다.

손동화 박사는 “ACD를 가진 쥐에게 우슬 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결과 알레르기 발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Th2 반응이 억제됐으며, 설사가 줄어들고 체온이 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슬을 이용한 기능성식품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슬은 인삼과 같이 복용할 경우 골다공증 개선 효과가 배가된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우슬과 고려인삼을 혼합한 복합물을 이용해 세포실험한 결과 뼈 조직을 파괴하고 칼슘을 뽑아내는 파골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세포(대식세포)에 파골세포로 유도하는 물질을 넣은 뒤 인삼만 처리한 경우 50㎍/㎖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이 낮았지만, 인삼과 우슬을 동량비율로 혼합해 처리한 결과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우슬을 가을에 뿌리를 말린 뒤 약차로 우려내 마실 수 있다. 뿌리를 씻어 물기를 없애고 청주에 담가 약술로 먹어도 좋다. 타박상이나 피부염에는 말리지 않는 것을 짓찧어 붙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린 싹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임신부나 생리량이 많은 여성에게 우슬을 처방하지 않는다. 자궁근육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맥이 약하거나 식욕이 없는 사람도 우슬을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소변을 참지 못하는 실금 증상을 가진 사람도 과다섭취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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