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눕거나 맨발로 걸으면 유행성출혈열 등 감염병 위험↑ … 번개탄 함부로 사용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우려
최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캠핑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캠핑족’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약 300만명이 캠핑을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힐링’을 위한 캠핑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캠핑 중 발생할 수 있는 질환과 예방법을 정태녕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캠핑장 주변 풀밭에 눕거나 맨발로 걷는 행동은 유행성출혈열 등 각종 감염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들쥐의 건조해진 배설물에 들어있는 한탄바이러스가 호흡을 통해 사람과 동물에 감염돼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건조기에 해당하는 5~6월과 10~11월에 많이 발병한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어려워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초기엔 발열, 두통,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고 얼굴과 몸의 홍반, 눈 충혈 등이 동반된다.
캠핑활동 중 찰과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흉터를 최소화하려면 가볍게 소독 후 항생제나 항균제 등이 혼합된 연고를 바르고 습윤드레싱제로 덮어준다. 마른거즈로 드레싱하면 세포기능이 저하되거나 상처분비물과 거즈가 달라붙어 나중에 드레싱을 교체할 때 재생된 피부조직이 함께 제거돼 치료효과가 떨어진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아 면역능력이 저하된 환자는 가벼운 상처라도 세균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병원을 찾아 처치받는 게 좋다.
벌레에 물린 경우 독소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물린 부위를 찬물 씻어 피부와 피하혈관을 수축시키고 항히스타민제를 발라준다. 물린 부위를 긁으면 독소가 주변 조직으로 퍼져 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신체내 면역기능이 작용해 특별히 독한 벌레가 아니면 큰 문제가 없지만 물린 부위가 부어오르고 빨개지면서 통증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음식을 조리하다가 화상을 입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상처 부위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아픈데 물집이 없다면 1도 화상이다. 대부분 흉터가 남지 않으므로 15~20분간 흐르는 상온의 물에 화상을 입은 부위를 씻어주거나, 물에 적신 깨끗한 거즈를 상처 부위에 덮어주면 된다. 이같은 조치는 통증을 줄이고 화상이 심부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된다.
물집이 잡혔다면 2도 이상의 화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화상 부위를 물에 씻은 후 깨끗한 소독거즈나 수건으로 덮은 뒤 즉시 병원을 찾는다.
된장이나 고추장을 화상 부위에 바르는 민간요법은 상처를 오염시키고 조직을 손상시켜 역효과를 낸다. 화상으로 바로 생긴 물집은 일시적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덮개 역할을 해 피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새 피부가 돋아나는 데 도움되므로 일부러 터뜨리는 행위는 삼간다.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캠핑활동이 늘고 낮과 밤사이 일교차가 큰 5~6월에 주로 발생한다.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숯이나 번개탄을 난방용품 대용으로 사용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례가 많다. 일산화탄소는 몸속에 들어가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산소 운반을 방해해 조직내 산소결핍을 초래한다. 심한 경우 뇌, 심장, 콩팥 등을 손상시키고 회복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불을 피우거나 난방기 등을 켠 상태에서 텐트 안에서 자거나 쉴 때 구역질, 두통, 어지럼증 등 증상이 발생하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