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첫 진료 후 다른 의사를 찾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암 정보가 공유되면서 진료 후나 치료 중에도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는 암환자가 늘고 있다. 심지어 과거 진료사실을 숨기고 다른 의사를 찾는 환자도 있다. 이처럼 암환자가 첫 진료 후 다른 의사에게 ‘2차 의견’을 구하는 것은 암 치료 현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신동욱 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 교수와 박종혁 충북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립암센터 연구팀과 함께 국내 13개 의료기관 암전문의 678명을 대상으로 암환자의 2차의견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암전문의의 96%가 2차 의견을 암환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답했다. 특히 희귀 난치성 암과 같이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98%가 동의했다.
또 대다수 응답자는 2차의견이 환자의 만족도(77%)와 치료의 질(74%)을 높이는 데 도움된다고 답했다. 이처럼 이차 의견은 암환자의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 시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암전문의는 2차 의견이 의료비 및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91%) 소수 의료기관에 환자집중(91%)을 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차 의견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었다. 처음 환자를 본 의사가 2차의견 과정에 참여하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69%)했지만, 건강보험 적용(52%), 원격진료를 통한 진행(49%)에는 절반만이 찬성했다.
신동욱 교수는 “환자가 2차의견을 구하는 중 의료진간 의견이 맞지 않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다 보면 최적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2차의견에 대한 명확한 체계와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혁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암전문의들이 2차 의견이 환자의 만족도와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 동의한 만큼 진료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체계와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일본 임상종양학회지(Japanese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