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주사’로 인해 의사 간 의료소송이 벌어졌다. 부산에 거주하는 전문의 A모 씨는 2013년 서울 모 성형외과에서 ‘달걀주사’라는 일종의 얼굴지방을 제거하는 주사를 맞고 광대라인부터 턱 등 얼굴라인이 매끄러워지는 효과를 얻었다.
이후 윤곽주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다시 시술받을 것을 결심했다. A씨는 병원 일로 서울까지 갈 시간을 낼 수 없어 가까운 Z모 의원에서 윤곽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두 명의 원장이 운영하는 뷰티클리닉인 Z의원에서는 시술 후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안면부가 패이고, 라인이 울퉁불퉁해졌으며, 여드름까지 심해져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부작용을 겪었다. 해당 병원에 부작용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Z의원은 이를 거부해 결국 A씨가 고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윤곽주사는 안면윤곽수술보다 부담이 적고 경락마사지나 리프팅화장품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어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주사약은 정해진 특정 성분을 동일하게 쓰는 게 아니고 병원마다 재량껏 한두 가지의 스테로이드와 부성분 약물 등 다양한 약물을 배합해서 조제한다. 주로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성분(스테로이드, 히알라제 등), 피부재생을 돕는 성분, 마취제인 리도카인 등이 기본이 된다.
스테로이드 성분으로는 주로 트리암시놀론, 덱사메타손 등이 쓰인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호르몬제제로 적정량을 제대로 쓰면 지방을 분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과도하게 쓰이면 피부 함몰로 싱크홀처럼 움푹 패이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히알루론산만 선택적으로 녹이는 히알라제와 달리 트리암은 지방, 진피층 등 정상조직까지 녹일 수 있어서다. 이런 경우 회복이 아주 더디게 이뤄지며, 필러 등을 활용해 채워주기도 하지만 시간이 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피부가 얇은 사람에겐 윤곽주사를 권하지 않는 의료진도 있다. 따라서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정량을 사용해야 안전한 시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초진시 원장과 상담을 하거나 윤곽주사에 대한 내용은 전혀 들을 수 없었고, 원장은 시술 후 곧바로 사라져 제대로 된 진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첫날 진료동의서 작성 시 주사에 포함된 ‘트리암시놀론’으로 인한 피부패임에 대한 설명이나 부작용에 대해 듣지 못했고, 이를 알았다면 시술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차트에 기입된 시술 부작용으로는 부기, 멍, 피맺힘, 통증 등만 적혀 있을 뿐 ‘피부함몰’은 빠져 있었다. 특히 미용시술인데도 전문적인 상담이나 진단 없이 시술자를 눕혀놓고 다짜고짜 ‘원하는 부위’를 말하라는 부분에서는 의아함을 느꼈다.
윤곽주사는 1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통 3~5회 이상 시술받는 게 기본이다. 지방을 흡입하는 게 아니고 지방세포 크기를 줄이는 주사이다보니 시간차를 두고 여러 회 시술받는다. A씨의 경우 3회차 시술을 목표로 병원을 다녔다. 문제는 3회차에 불거졌다. 2회 시술 이후로 광대 부위에 멍이 지속됐다.
A씨는 Z의원 B원장에게 ‘지난번 시술 후 멍이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B원장은 ‘멍이 오래 가네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 뿐이었다. A씨는 “3차 시술 시 캐뉼라가 막혀 많은 힘을 주는 게 느껴졌고, 통증도 1~2회차에 비해 심하게 느꼈다”며 “이날 이후 점점 얼굴에 멍이 심하게 들고 함몰 부위가 깊어져 진료 시 마스크를 끼고 생활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A씨는 1개월이 지나도 멍이 지속되고 전반적인 피부함몰이 관찰돼 Z의원을 찾았다. 결국 B원장에게 스스로 의사라고 밝히고 불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지만 B원장은 “솔직히 이런 경우가 없어 모르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A씨는 이때부터 일반의인 원장에게 불신을 가지게 됐다. B원장은 우선 고주파와 토닝레이저를 받으며 경과를 관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A씨는 B원장을 만날 수 없었다. 레이저 시술조차 직원이 케어했다. 시술도 1주 간격으로 3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3회 시술 후에는 병원 직원이 ‘이제 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서 더 이상의 애프터케어를 포기해야 했다.
이로부터 2개월이 지난 뒤 A씨는 양쪽 뺨에 화농성 여드름이 다발성으로 발생, 근처 피부과를 방문했다. 평소 뾰루지는 난 적이 있지만 심하게 여드름이 발생한 적은 없어 의아해하던 참이었다. 피부과 전문의는 ‘혹시 얼굴에 주사를 맞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A씨는 지난 11월부터 윤곽주사를 3회 맞았다고 말하자 피부과 원장은 스테로이드 성분이 피부 함몰과 경결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피부과 의사는 함몰 부위를 채우는 ‘필러 시술’과 여드름을 치료하는 아그네스치료를 권유했다. 그동안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했던 A씨는 시술을 결심했다. 피부과 전문의는 워낙 증상이 심해 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2개월만에 Z클리닉을 방문해 보상을 요구했다. A씨는 “함몰과 관련돼 Z의원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고, 그동안의 불성실한 원장의 진료태도, 부작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에 불신이 생겼으니 Z의원에서의 치료는 거부하며 다른 피부과 전문의에게 필러시술을 받을 것을 권유받아 치료하려고 하니 부작용에 관한 향후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B원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보상은 중재위나 보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B원장은 마음을 바꿔 보상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A씨는 소송을 결심했다. 그는 “2015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정신적 고통과 치료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많이 허비했다”며 “지난 3월에 요청한 대로 부작용 치료비용 정도만 책임져 줬다면 같은 의사로서 소송까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덤핑병원에서 전문성이 없는 일반의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고통받는 환자의 입장에서 이번 소송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는 C대학병원에 그 동안의 치료 히스토리와 사진을 보내 진단을 의뢰했다. C대학병원 피부과 측은 “윤곽주사에 트리암시놀론이라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었고 이 성분은 피부위축과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이라며 “현재 환자의 증상 중 피부함몰을 물론 여드름도 윤곽주사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학병원 피부과에서는 일반의가 이같은 사고를 치는 경우가 적잖다고 하더라”며 “얼굴에 맞는 윤곽주사에 트리암시놀론이 포함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며 왜 Z의원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곽주사에 들어가는 스테로이드 성분은 일종의 합성 호르몬제제인 만큼 주의해서 써야 한다. 실제로 윤곽주사를 맞은 뒤 부작용을 겪은 사례가 적잖다. 적절히 사용하면 좋은 약이지만 미용 목적으로 과도하게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는 의사도 적잖다.
윤곽주사 부작용으로는 딤플(얼굴이 패이는 현상), 여드름 등이 대표적이지만 여성은 배란장애까지 겪을 수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을 윤곽주사에 고용량으로 배합하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생산이 억제돼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런 경우 결국 배란장애가 유발되고 부정출혈, 생리불순 등이 뒤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