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열대식품 ‘노니’가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모델 미란다 커가 12세부터 노니주스를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워너비(wanna be)’하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다. 노니 열매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맛도 없어 과거엔 원주민만 먹었다. 하지만 최근에 노니의 항노화효과가 밝혀지고,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노니(Noni)는 꼭두서니과 상록관목으로 남태평양 일대에 서식하는 열대식물이다. 괌, 하와이, 피지, 뉴질랜드 등 남태평양 지역의 화산 토양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일년 내내 자란다. 이 지역 원주민들은 노니의 열매는 물론 잎, 뿌리, 줄기, 씨까지 모든 부분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한다.
다 자란 노니는 크기가 약 3~12m로 다양하다. 타원형은 열매는 가장 긴 길이가 약 10㎝로 생김새가 울퉁불퉁한 감자와 닮았다. 섬유질 과즙이 많이 포함돼 있고, 열매가 익으면 황백색의 껍질이 얇아져 마치 투명한 것처럼 보인다. 이 시기가 되면 열매에서 불쾌한 맛이 나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노니 원액의 쓴맛은 바로 열매에서 나온다.
노니는 각 나라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인도에서는 ‘인도뽕나무’, 중국에서는 ‘바지티안’, 카리브해에선 ‘진통제나무’, 호주에서는 ‘치즈과일’, 타히티에서는 ‘노노’ 등으로 칭한다. 국내에선 과거 조선시대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에선 노니의 효능에 대해 상세하게 저술되지 않았지만 ‘해파극’(海巴戟) 또는 ‘파극천’(巴戟天)으로 표기돼 있으며, 정력부활제로 사용됐다고 적혀져 있다.
노니 속에는 천연 상처치료제로 쓰이는 이리도이드 배당체(iridoid glycosides)가 함유돼 있다. 블루베리, 올리브, 체리 등에도 들어 있는 성분은 식물이 외부로부터 상처를 입으면 내보내는 치유물질로 바이러스나 병균을 막아내고 손상 부위를 빠르게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 열이나 빛에 약하고 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잃는 대부분 식물영양소와 달리 가공 및 유통 과정에서 영양이 유지되는 게 장점이다.
쿠마린 유도체로 혈관을 확장시키는 스코폴레틴(scopoletin) 성분도 들어있다. 스코폴레틴은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고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임성일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최근 ‘고체발효기술을 통해 제조한 노니 발효식품이 제2형 당뇨병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밖에 안트라퀴논, 세로토닌 성분 등이 소화작용을 돕고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노니주스는 다른 주스와 달리 공복에 먹는 게 효과적이다. 위에 음식물이 있는 상태에서 마시면 펩신, 위산 등에 의해 노니 속 영양소가 파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니의 열매나 잎을 즙으로 먹을 때는 한 번에 10㎖를 물에 타 마시면 된다. 냄새가 너무 심하다면 물이나 다른 과일주소와 섞어 먹어도 좋다. 첫 섭취 후 몸이 가려울 수 있지만 눈에 띄는 이상징후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노니주스를 함부로 먹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노니에는 칼륨이 풍부해 고혈압 환자나 관련 약을 먹는 사람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 고칼륨혈증이나 신장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먹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임상부나 수유부가 노니주스를 먹으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한동안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노니는 각성제 역할도 하므로 잠들기 전에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은 “한방에서 노니는 성질이 따뜻한 음식으로 입이 자주 마르고 혀가 아픈 사람에게는 처방하지 않는다”며 “피부에 염증이 자주 생기거나 성장기 어린이는 노리를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