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용 조개 중 가장 큰 키조개는 살이 많아 샤브샤브, 회무침, 구이, 전, 초밥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특히 껍데기를 닫고 여는 근육살인 관자가 크기뿐만 아니라 맛도 훌륭해 인기가 좋다. 관자는 ‘패주’(貝柱)로도 불리며 일본에서는 ‘가이바시라’(貝柱)로 칭한다.
관자는 겉만 살짝 익혀 먹어야 쫄깃하고 싱싱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두툼하게 썬 관자를 초고추장이나 겨자를 섞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제맛이다.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삼겹살, 김치 등과 함께 ‘삼합’으로 즐기기도 한다.
키조개는 껍데기가 삼각형 모양으로 마치 쭉정이를 고르는 키와 닮아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부산에선 ‘채이조개’, 경남 마산·진해에선 ‘챙이조개’, 전북 군산·부안에선 ‘게지’, 충남 보령·서천·홍성에선 ‘치조개’ 등으로 부른다. 껍데기 빛깔은 회록갈색 또는 암황록색이다. 껍데기가 얇아 잘 부스러지며 안쪽면은 진주 광택이 나는 게 특징이다.
키조개는 홍합목 키조개과 어패류로 태평양 연안에서 주로 서식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남해안과 서해안에 분포하며 7~8월에 알을 낳는다. 막 태어난 알은 15~20일 가량은 부유생활을 하다 암석이나 해조에 몸을 고착시켜 1~2개월의 부착생활을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진흙 속에 들어간다. 양식산도 있지만 자연산에 비해 맛이 떨어지고 종묘 채취도 자연산에 전적으로 의존해 수확량이 미미하다.
키조개 종류에는 ‘민들키조개’, ‘가시키조개’ 등이 있다. 이 중 민들키조개가 흔히 알려진 키조개다. 가시키조개는 크기가 작고 성장속도가 느리며 관자가 작아 상품성이 많이 떨어진다.
키조개는 지금이 제철이다. 4~6월까지가 수확 적기로 이 시기가 되면 키조개 수확지 주변 포구에는 키조개를 손질하는 아낙네들로 분주하다. 검은색 광택이 나는 조개 껍데기 틈으로 날카로운 칼을 집어넣어 키조개 관자만을 상품으로 판매한다.
자연산 키조개는 사람이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 하나하나 건져 올려야 한다. 국내에서는 충남 보령시의 오천항 일대가 국내 키조개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산지로 꼽힌다. 매년 약 6000t의 키조개가 잡아 올려진다. 전남 장흥군도 키조개 서식지로 이름이 높다. 이 지역은 키조개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풍부하고 해수 교환이 원활해 키조개가 자라기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문호 서해키조개영어조합법인 대표(충남 보령시)는 “키조개는 연근해 20~50m 일대의 사니질(沙泥質, 진흙) 속에 묻혀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그물이나 낚시로 잡을 수 없어 사람이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 수확해야 하므로 수중폭파부대(UDT) 출신들이 주로 채취한다”고 밝혔다.
과거엔 국내에선 수확하는 키조개의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도 서서히 유통되면서 키조개의 존재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수확량의 30%가 일본에 수출되며 나머지는 국내에서 소비된다. 기후 및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매년 생산량 변동이 심하다.
키조개는 아연, 철, 미네랄, 비타민 등 영양분을 골고루 갖고 있다. 특히 아연은 100g 당 12.8㎎을 갖고 있어 어폐류 중 가장 많은 양을 자랑한다. 단백질도 풍부해 다이어트나 근육운동을 할 때 도움이 된다. 키조개 속 타우린은 100g 당 994㎎로 풍부하다. 타우린은 피를 깨끗하게 하는 정혈작용(精血作用)이 있어 임산부의 산후조리나 피로회복에 좋다. 술에 혹사 당한 간을 보호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탈리아에서는 타우린을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의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에는 새콤달콤한 무침으로 먹으면 좋다. 키조개와 궁합이 좋은 음식은 피망으로 조개에 부족한 비타민A와 C가 풍부해 함께 먹을 경우 단백질과 비타민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다.
키조개는 껍데기가 깨지지 않고, 입이 벌어지지 않아야 상품이다. 묵직하고 속살이 선홍색을 띠며 탄력이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구입 즉시 입을 열어 속에 있는 뻘과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보관할 때는 밀봉해 냉동실에 두는 게 좋다. 구입한 지 한 달 이내에 먹어야 맛있는 키조개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