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 씨(53)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지만 밤만 되면 가족들의 골칫거리가 된다. 회식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피곤한 날에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코골이가 시작됐다. 가족들은 처음엔 시끄러운 소리에 불만이었지만 강 씨가 가끔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 증상까지 보이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코골이를 단순히 피로 탓으로 생각하거나, 음주 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 방치하면 상기도가 점차 막히면서 호흡이 어려워진다. 특히 코 고는 소리가 심해 주변 사람으로부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최소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상태다. 숨을 쉬려고 해도 기도가 막혀 호흡이 힘들거나 숨을 쉬려는 시도 자체가 어렵다. 심한 코골이와 매우 거친 숨소리가 번갈아 나타나다가 호흡이 정지되면서 조용해지는 증상이 반복된다. 전세계 유병률은 남성이 3~4%, 여성은 2% 정도다. 국내에서도 남성의 4.5%, 여성의 3.2%가 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목젖이나 인두(구강과 식도 사이에 있는 소화기관) 주변 근육이 이완돼 기도가 부분적으로 막히거나 진동하는 경우 발생한다. 이밖에 △비염 △비중격 휘어짐 △코에 생긴 용종 △퇴화되지 않은 편도 △비만 △목젖과 구개조직의 진동에 의한 손상 △여성호르몬의 분비 감소 △뇌의 호흡조절 능력 이상 △노화에 따른 근육의 탄력성 저하 등이 발병 위험인자로 꼽힌다.
특히 비만에 따른 신체적인 특징이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게 목 둘레다. 코골이가 있는 성인 10명 중 8명은 비만환자일 정도로 코골이와 비만 관련성은 높다. 일반적으로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은 약 50% 감소한다.
조재훈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성인 수면무호흡증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는 비만으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목둘레(neck circumference, NC), 허리둘레(waist circumference, WC), 허리·엉덩이둘레 비율(waist-hip ratio, WHR) 등 신체계측지수를 통해 진단한다”며 “최근 메타분석을 통해 국내 성인 2966명을 대상으로 비만 관련 신체계측자료와 수면무호흡증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목둘레가 가장 유의한 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둘레가 38㎝ 이상이면서 코를 심하게 고는 남성은 전문의를 찾아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수면 중 뒤척임과 발차기 등 움직임이 많고 화장실을 자주 다녀오기 때문에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 정서적인 불안감과 우울증이 동반된다. 밤에 8시간 이상 잔다고 해도 수면무호흡이 동반되면 1시간의 숙면을 취하는 것보다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주간 졸음, 집중력 감소, 협심증, 부정맥, 뇌졸중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무호흡 때문에 피 속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뇌혈관 확장과 고혈압으로 두개압이 증가해 아침에 심한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성적 흥분 등 기능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에 영향을 줘 성기능도 떨어뜨린다.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확진된 환자의 약 50%에서 발기부전이 관찰됐고, 우울증까지 동반될 경우 발기부전 위험이 2.2배 증가한다”며 “수면부족에 따른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도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의 경우 발달지연, 얼굴 길어짐의 원인이 된다.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수면장애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관련 검사 및 치료법에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비용부담이 크다. 이로 인해 검사를 미루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코골이는 내시경검사, X-레이, 수면다원검사로 코골이 원인과 정도와 코 고는 부위를 확인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이 중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안구운동, 혈압, 자는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 및 분석하는 것으로 코골이 진단에 중요하지만 검사 비용이 60만~80만원에 달한다. 프리미엄 검사를 내세우는 일부 병원에서는 100만원 이상에 육박한다. 수면무호흡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장비인 양압호흡기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150만~300만원에 달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