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콩팥) 이식수술 후 만성 거부반응을 일으켜 이식된 신장의 기능소실을 유발하는 특정 공여자 특이항체(donor-specific HLA antibodies, DSA)의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오은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정병하·양철우 신장내과 교수, 김지일·문인성 이식외과 교수팀은 2010~2014년 서울성모병원에서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263명의 혈액검체를 분석한 결과 79명(30.0%)에서 공여자 특이항체가 검출됐다고 17일 밝혔다.
신장이식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식 이후 공여된 신장에 대한 수혜자의 면역반응인 공여자 특이항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만성 이식신 거부반응을 유발해 이식신장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항체 검출이 용이한 다중형광비드법이 공여자 특이항체 진단에 적용되고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특이항체 중 어떤 게 이식신장의 기능손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검출된 공여자 특이항체를 HLA-A, HLA-B, HLA-C, HLA-DR, HLA-DQ로 분류해 검사한 결과 모든 종류의 공여자 특이항체가 이식 후 거부반응 발생과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HLA-DQ항체(DQ-DSA)’는 이식신장 조직의 만성거부반응과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항체 검출 이후 이식신장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확인하기 위한 다변량 분석에서 이 항체만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인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DQ-DSA가 만성적인 이식신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이식신장의 기능소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됨을 의미한다.
오은지 교수는 “공여자 특이항체의 임상적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는 많았지만 DQ-DSA가 만성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 발생과 연관됨을 조직학적 소견 분석을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소개했다. 정병하 교수는 “DQ-DSA 검출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 이식신장의 수명을 늘리고 예후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