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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포상금에 합의금까지 노리는 ‘식(食)파라치’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5-17 13:44:35
  • 수정 2020-09-13 19: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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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러 이물질 등 넣고 신고해 포상금 수령 … 식품 안전사고 막으려다 영세상인만 피해
신고포상금에 만족하지 않는 일부 식파라치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으로 영세 상인들을 협박해 합의금을 타내는 공갈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2009년 3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시행 중인 ‘부정·불량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등의 신고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이 이른바 ‘식(食)파라치’에 의해 법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다. 포상금제도는 상인들의 불법적인 먹을거리 관리 행태를 바로잡고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근 ‘식파라치를 위한 법’으로 악용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식파라치는 유명인을 쫓아다니며 특종 사진을 노리는 ‘파파라치’(Paparazzi)와 ‘음식’(飮食)의 합성어다. 식파라치의 활동 유형은 다양하다. 작정하고 멀쩡한 음식에 미리 준비한 벌레 등을 넣고 포상금이나 합의금을 타내는 유형부터 식당에서 제작한 광고물만을 표적으로 삼는 광고 전문 식파라치도 있다. 가건물에서 영업하거나 지정된 조리시설 이외의 장소에서 조리하는 등 건축법상 위법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나 신고 유형에 따라 최소 3만원부터 최대 1000만원까지 포상금 액수가 다양하다.

식파라치는 주로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신고해 보상금을 타낸다. 편의점, 영세마트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골라 촬영하고 직원과 사장에서 이를 협박해 합의금을 뜯어내거나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다.

서울의 한 편의점 업주는 “몇개월 전 유통기한이 1시간 정도 지난 음식을 갖고 와 신고 안 할 테니 합의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식파라치가 매장을 방문했다”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수거하지 않고 진열한 내 잘못도 있지만 식파라치가 동영상까지 촬영해 협박하는 탓에 합의금을 순순히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식파라치는 처음엔 20만원을 요구했다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업주의 항의에 15만원을 깎아주는 ‘아량’을 베풀었다. 더 심한 식파라치는 합의금도 뜯어내고 나중에 보건당국에 신고해 이중으로 돈을 받아낸다.

지난 3월 30일 수원지법 형사2단독 박판규 판사는 수도권 일대 중·대형 마트를 돌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판매 현장을 적발, 신고 무마를 대가로 돈을 빼앗은 혐의(공동공갈 등)로 식파라치 홍 모씨 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시 모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콩국물이 판매되는 것을 적발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는 대신 직원에게 “신고하면 200만원 이상의 과징금을 내야 하고 15일 정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는데, 돈을 주면 신고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30만원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한달간 수도권 마트를 돌며 30여차례에 걸쳐 1400여만원을 빼앗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는 사례를 찾아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국민권익위에 신고, 포상금을 받는 소위 ‘식파라치’로 활동하던 중 포상금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활동 비용이 많이 들자 범행을 계획했다.

국내에서 신고포상금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쓰레기 무단 투기 포상금제가 시행되면서부터다. 이후 신고포상금 항목이 1000개 가까이 늘었고, 연간 지급 금액은 200억원대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기업형 식파라치까지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1인당 10건 밖에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신용정보를 도용하고 대포통장까지 만들어 포상금을 노려왔다.

식파라치에 대한 영세상인들의 피해가 커지자 각 지자체에서는 속속 대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여름 한 식파라치의 신고로 성북구청이 8개 동네마트에 과징금 800만~1800여만원 부과한 것에 대해 해당 마트 측이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여 과징금 일부 취소(감경) 판결을 내렸다. 이들 가게를 신고한 사람은 지난해 6월 30일부터 이틀간 성북구 일대 11개 마트에 들어가 자신이 유통기간 경과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구매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7월 30일 성북구청에게 이를 신고했다. 식파라치가 한 달이 지난 뒤에 신고한 이유는 일반적인 CCTV 보관기한이 30일 가량인 것을 노리고 자신이 정상 제품을 유통기간 경과제품을 바꿔치기하는 등의 조작 과정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청은 식파라치의 신고에 따라 10월 말부터 11개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7일)에 갈음한 과징금(826만원~1862만원) 부과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는 신고자가 이틀 동안 8개 업소에서 유통기한 경과제품을 찾아내 신고한 정황을 봤을 때 통상적인 구매 행태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 과징금 일부 취소(감경)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식파라치를 근절하기 위해 식품 제조업소의 경우 과징금의 최대 20%까지 지급하던 보상금을 내부 신고자에게만 지급하도록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신고 관련 절차를 늘려 진정한 신고자에게만 포상금을 주기 위해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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