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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효모는 맥주효모 동생? … 제빵환경 맞춰 개량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5-16 12:32:00
  • 수정 2020-09-13 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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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내서 제빵용 토종 효모 발견 … 미생물로 천연·인공 구분 의미없어

효모는 토양이 아닌 꽃이나 과일의 당농도가 높은 곳에서 생육하며, 당을 발효시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a
제빵 브랜드 ‘파리바게트’를 소유한 SPC그룹이 지난달 20일 서울대 연구팀과 11년간의 연구 끝에 효모 ‘SPC-SNU 70-1’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누룩에서 찾아낸 자연 상태의 순수 효모다. 회사 측은 “이번에 개발한 효모로 만든 빵은 다른 원료의 맛을 살려주고 더 쫄깃하며 수분이 덜 날아가 시간이 지나도 빵맛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서진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이번 제빵용 토종 효모 발굴은 해운대 백사장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낸 것과 같다”며 “고유의 발효 미생물 종균이 거의 없는 국내 발효식품산업 수준을 한단계 높인 쾌거”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국내 대부분 제빵 업계에서는 해외에서 수입한 효모를 활용해 빵을 만들어왔다. 일부 소규모 제과점이 자체 배양한 발효종(사워종, 사워 도우, Sour dough)을 사용했지만 기능과 효과가 명확히 분석되지 않아 보편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웠다. 사워종은 빵을 부풀리는 데 사용하는 유산균과 효모의 공생 배양물이다.

효모(酵母, yeast)는 그리스어로 ‘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효모에 의해 발효가 될때 이산화탄소가 생겨 거품이 많이 발생하는 것에서 유래한다. 프랑스어로는 ‘levure’, 독일어로는 ‘Hefe’인데 둘 다 어원은 ‘들어 올리다’는 뜻이다. 효모가 빵 반죽을 부풀리는 모양새를 본 따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효(酵)자는 ‘술밑’이라는 의미로 과거부터 조상들이 술을 만들 때 효모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효모는 토양이 아닌 꽃이나 과일의 당 농도가 높은 곳에서 많이 생육한다. 당을 발효시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능력을 가졌다.

인간은 기원전 수천 년전부터 이미 효모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왔다. 바빌로니아, 이집트 등의 유적에서 과일주 등 간단한 술을 제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효모를 처음으로 관찰한 것은 현미경을 개발한 네덜란드의 과학자 안톤 반 레벤후크(Anton van Leeuwenhoek)다. 그는 1680년 자신이 개발한 현미경을 이용해 맥주 효모를 발견했다. 이듬해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포도주 발효가 효모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효모는 대략 1500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출아(出芽)에 의해 생식하며 세포분열을 하는 것도 있다. 크기는 대략 3~4㎛로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이다. 효모의 세포벽은 주로 불소화성 다당류의 일종인 글루칸과 만난에 의해 구성된다. 지질, 단백질, 키틴질 등도 함유하고 있다. 세포 내에는 핵, 미토콘드리아, 액포, 글리코젠과립 등이 존재한다.

효모는 과일이나 채소를 발효시켜 얻는다. 크게 맥주효모, 빵효모, 탁주효모 등으로 나뉜다. 맥주효모는 맥아와 호프를 섞어 끓인 후 여과시켜 고형체를 분리하고 남은 액체에 맥주효모 종자균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이때 맥주효모는 증식돼 위로 뜨는데, 수분 함량 9% 이하로 건조시킨 후 사용한다.

맥주는 상면발효맥주와 하면발효맥주로 구분된다. 상면발효맥주를 만들 때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효모를 활용한다. 이 효모는 발효 과정에서 거품처럼 위로 뜨며 맥주를 발효시킨다. 상면발효맥주는 효모와 부유단백질들이 맥주 위에 떠 있어 일반적으로 탁하고 걸쭉한 맛을 낸다.

하면발효맥주에는 ‘사카로마이세스 카를스베르겐시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 효모가 활용되는데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상면발효맥주에 비해 저온에서 발효되며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특징이다. 하면발효맥주는 바닥에 가라앉은 효모와 부유단백질을 제거하기 때문에 맑은 황금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1876년 유럽에서 상업적 빵효모가 등장했다. 초기에는 맥주효모를 인위적으로 육종시켜 생산했다. 빵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발효력을 특화시켰다. 공장에서 수없이 배양돼 가루나 찰흙 형태로 전세계에 퍼져 나갔다. 

국내 제빵업체들이 사용하는 효모는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에서 들여온 것이다. 국내 몇몇 효모 제조 업체들도 생산하지만 대기업들은 수입산을 선호한다. 효모는 시간이 지나면 유전자가 변이돼 발효력이 떨어진다. 이같은 이유로 효모 제조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싱싱한 제빵용 효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빵 업체에서는 효모 이외에 발효종을 사용한다. 발효종은 효모와 유산균의 공생 배양물로 시큼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이는 유산균이 만들어 내는 유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호밀빵을 만들 때 발효종을 많이 사용한다. 발효종은 일반 효모에 비해 발효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지만 어떤 비율에 따라 만드냐에 따라 빵의 맛을 살리는 키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일반인이 발효종과 효모빵의 미세한 질감과 향기를 구분하기는 힘들다.

탁주를 제조할 때는 주로 ‘아스퍼길러스 루츄엔시스’(Aspergillus luchuensis) 효모가 활용된다. 국립농촌과학원은 꾸준히 탁주 제조를 위한 효모 개량에 나서며 관련 산업 발전에 나서고 있다. 효모의 생육도, 성능, 활성도, 안전성, 알코올 생성량 등을 파악해 우수 종균 선발에 주력한다.

효모는 소화, 뇌기능, 면역력 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통풍 환자는 효모 건기식을 피하는 게 좋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물질인 ‘요산’은 핵산의 구성 성분인 퓨린이 간에서 대사되면서 생기는 최종 분해산물이다. 효모에는 핵산이 풍부해 요산의 생성을 유도할 수 있다. 효모 건기식은 아직 인체에 대한 임상시험이 충분이 이뤄지지 않아 더 검증이 필요하다. 

효모는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습관에서 부족하기 쉬운 각종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해 독일은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의 보충식으로 활용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 미량원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건기식으로 사용되는 효모는 대부분 양질의 단백질인 맥주효모를 사용한다. 적절한 배양물에서 얻어진 효모는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B군을 포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빵·주류 업계에서 효모를 천연효모와 인공효모로 구분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효모 자체가 미생물인데 천연과 인공으로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자연에서 분리한 미생물을 개량 및 선별해 우량주를 가려내고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한다. 이때 개량을 거치지 않은 모주(母株)를 야생주라고 부르며 실험적 대조균으로 사용할 뿐 천연효모로 칭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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