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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FR TKI 폐암 표적항암제 심층 해부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05-13 11:24:36
  • 수정 2016-05-22 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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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이레사’·‘타쎄바’, 2세대 ‘지오트립’ … 3세대 PFS 중앙값 ‘오시머티닙’ 9.7개월 vs ‘로실레티닙’ 8개월

폐암은 2013년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에서 4번째로 유병률(10.3%)이 높은 암이다. 갑상선암(18.9%), 위암(13.4%), 대장암(12.3%)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비소세포폐암(NSCLS, non-small cell lung cancer)와 소세포폐암(SCLC, small cell lung cancer)로 나뉜다. 전체 폐암 중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형태에 따라 주로 큰 기관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 크기가 작은 세기관지 상피에서 발생하는 선암, 폐표면에서 발생하는 대세포암으로 분류된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2기까지는 절제수술로, 국소 전이가 일어난 3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요법으로 치료한다. 원격 전이가 일어난 4기에는 항암제로 치료한다. 증상으로는 만성기침, 호흡곤란, 어깨·가슴·팔 등의 통증, 객혈(피섞인 가래) 등이 있다. 폐암 환자 3분의 2 이상은 말기에 진단될 정도로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들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며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993~1995년(11.3%)에서 2009~2013년(23.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특정 분자를 타깃으로 한다. 경구 투여가 가능해 주사제로 투여하는 기존 화학요법제보다 복용 편의성도 향상됐다.

다른 종류의 암보다 특히 폐암에서 암세포 신호전달 관련 표적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폐암 표적치료제 중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에서 티로신 활성화 효소를 억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하는 제제가 가장 널리 쓰인다.

이 밖에 암세포 EFGR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EFGR단일클론항체, 암세포의 성장·전이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신생혈관으로 공급하는 것을 저지하는 혈관표피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ilial growth factor) 억제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번 염색체에 위치한 역형성 림프종 키나제(anaplastic lymphoma kinase, ALK)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막는 ALK억제제가 있다.

분자유전학의 발달로 암환자의 유전자 중 치료효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생물학적 지표(바이오마커)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EGFR 유전자 변이 등이 발견되면 1차 치료부터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환자 40% 이상에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찰되고, ALK 유전자 돌연변이는 약 2% 이상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GFR에 상피세포성장인자(EGF, Epidermal Growth Factor) 등이 결합하면 티로신키나제(tyrosine kinase)가 신호전달을 활성화하고 세포 성장·증식이 일어난다. EGFR 과발현 등으로 티로신키나제의 조절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는 암세포가 된다. 다양한 티로신키나제 수용체 중 EGFR(HER1)·HER2·HER3·HER4 이 4가지를 묶어 ErbB 군(Family)이라 하며 각각 ErbB-1·2·3·4라고도 불린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약 70% 이상에서 EGFR 과발현이 관찰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 대부분은 치료제 분자가 EGFR의 티로신키나제(tyrosine kinase)의 활성을 억제하는 타입의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를 개발해왔다.

1세대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 gefitinib, 제조사 아스트라제네카)가 2003년 국내에 도입된 데 이어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erlotinib, 제조사 로슈)가 2006년에 출시됐다. 

이레사가 모든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명연장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었다. 이후 연구에서 이레사는 EGFR 유전자 내 엑손19번 위치에서 결실이 일어나거나 엑손21번 위치인 L858R에서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Del19, L858R)에만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Del19·L858R 등 EGFR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다.  

이는 아시아 비소세포폐암 환자 1217명을 대상으로 기존 화학요법제인 ‘카르보플라틴+파클리탁셀’(carboplatin+paclitaxel)과 이레사를 단독 비교한 ‘IPASS’ 3상 임상연구에서 입증됐다. EGFR 유전자 돌연변이 양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이레사군 대 기존 화학요법제군으로 양분해 치료성적을 비교했다. 치료반응률은 각각 72% 대 40%, 무진행기간은 9.5개월 대 6.3개월로 확인돼 이레사의 치료효과가 더 뛰어났다. 반면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음성인 환자군에서는 무진행기간이 1.5개월 대 5.5개월로 나타나 이레사는 기존 치료제에 비해 열등했다.  
     
3년 후 출시된 타쎄바의 임상결과도 이레사와 비슷해 현재 두 약은 건강보험 적용범위는 동일하다. 기존 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치료제로, EGFR 활성 변이가 확인된 경우 1차 치료제로서 급여가 지원된다. 이레사정 250㎎의 1알 가격은 약 4만8000원이며 타쎄바정 150㎎의 1알 가격은 약 5만6000원이다. 1일1회1정 경구투여하면 된다.

단 피부발진 등 염증반응은 이레사에 비해 타쎄바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두 약의 흔한 부작용은 피부발진·설사·구토 등이다. 이레사는 치료받은 환자의 5%에서, 타쎄바는 10%에서 부작용이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계영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폐암의 표적치료제’ 논문에서 타쎄바는 최대내약용량(maximal tolerable dose, MTD) 150㎎을 표준용량으로 사용하지만 이레사는 MTD 650mg의 약40%인 250㎎을 처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세대 표적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EGFR TKI제제들이 출시되고 있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기간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 1월 기존 표적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2세대 EGFR TKI인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afatinib, 제조사 베링거인겔하임)이 국내서 첫 판매됐다. 뛰어난 임상연구 결과를 보여 출시 9개월 만에 EGFR 활성 변이가 확인된 국소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를 지원받았다. 지오트립정40㎎의 1알 가격은 약4만8000원이며 1일1회1정 복용하면 된다.  

최초의 비가역적 ErbB Family 차단제인 지오트립은 ‘LUX-LUNG 3’, ‘LUX-LUNG 6’ 등 임상연구를 통해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기존 백금계 화학요법제 치료군에 비해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이 3개월 더 늘어난 27.3개월로 확인됐다.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ve free survival)는 13.6개월로 화학요법제군 6.9개월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연구에서는 지오트립 치료군 대 화학요법제 치료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약 11개월 대 약 5.3개월로 확인됐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중단은 극히 드물었으며 부작용은 발진(16%)·설사(14%)·손톱주위염(23.4%)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2세대 표적치료제 지오트립은 ErbB Family 모두를 차단, 신호전달을 비가역적으로 억제함으로써 내성 위험을 더 낮춘다는 목표로 개발됐다. 기존 1세대 표적항암제는 세포 증식을 일으키는 신호전달 수용체 중 EGFR(ErbB1)만을 차단해 치료제 분자가 EGFR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이계영 교수는 “많은 연구진이 뛰어난 임상결과를 보인 2세대 지오트립의 출시를 기다려 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1세대 약물과 경쟁하는 수준이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며 “정말 기대하는 것은 향후 출시될 3세대”라고 전망했다.

약제 내성은 표적항암제가 기존 화학항암제보다 장점이 많지만 암의 완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치료 초기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 2차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암이 재발한다. 안명주 성균관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폐암의 분자적 치료’ 논문에 따르면 EGFR TKI제제를 사용한 환자 대부분에서 약 1년 후 병이 다시 진행되며, 이 중 약 50%은 T790M 등 새로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GFR T790M 내성 변이는 아시아 환자에서 3명 중 2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다.  

2세대 지오트립의 장점을 더 발전시켜 EGFR T790M 변이 등 내성 극복 가능성을 보인 차세대 EGFR TKI가 머지않아 출시될 예정이다. 대표 주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Osimertinib, 개발명 ‘AZD9291’,상품명 타그리소·Tagrisso), 클로비스온콜로지의 ‘로실레티닙’(Rociletinib, 개발명 ‘CO-1686’), 한미약품의 ‘HM61713’ 등 3가지다. 이들 신약 또는 신약후보물질은 2014년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연례학술대회등에서 의미 있는 임상데이터를 발표함에 따라 FDA로부터 획기적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선정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은 지난 3월 일본에서 신약 승인신청을 한 지 7개월 만에 EGFR T790M 변이 비소세포성폐암 치료제로는 최초로 승인받았다. 타그리소정80mg은 수술이 불가하고 기존 EGFR TKI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1일1회1정 처방된다. 오시머티닙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9.7개월로 나타났다.
   
이 승인은 EGFR-TKI 치료시점 또는 치료 후 질환이 진행되며 T790M 변이가 일어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두 건의 임상 2상 ‘AURA확장’·‘AURA 2’ 데이터를 근거로 이뤄졌다. 연구결과 오시머티닙의 종양 축소효과를 보인 객관적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은 약 65%로 확인됐다. 흔한 부작용은 발진·여드름(37.7%), 설사(36.5%), 피부건조증·습진 등(28.5%), 손톱주위염(23.4%) 순으로 보고됐다. 이 신약은 작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우선 검토절차를 통과했으며 지난 2월 유럽에서 조건부 시판허가를 받았다.

로실레티닙은 현재 FDA가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자료를 요청함에 따라 승인이 늦춰졌다. 2014 ASCO를 통해 공개된 1·2상 임상결과 뇌전이가 발생한 환자를 포함한 전체 대상자의 객관적반응률(ORR)은 58%였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은 뇌전이가 이뤄지지 않은 환자에서 10.3개월로 나타났다. 뇌전이가 이뤄진 40% 환자를 포함한 전체 270명의 심층치료를 거친 환자군에서는 8개월의 PFS 중앙값을 보였다. 12개월을 추적 관찰했을 때 생존가능성은 약 78%로 확인됐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고혈당(53%)이었고 메스꺼움(33%)·설사(23%)·발진(4%) 순으로 많이 보고됐다.

한미약품의 HM61713은 2014 ASCO에서 국내 개발 항암신약으로서는 최초로 1상 임상 ‘HM-EMSI-101’ 결과를 발표했다. HM61713 투여 결과 기존 EGFR TKI에 내성을 보였던 EGFR T790M 변이 양성 환자 48명 중 36명(75%)에서 질병조절 효과가 있었으며 이들 가운데 14명(29.2%)은 종양크기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주요 이상반응은 메스꺼움(32.3%)·피부박리(26.3%)·두통(24.6%)·발진(23.7%)등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7억3000만달러(약 8532억원)로 추산되는 HM61713 제조기술을 수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 계약으로 한국·중국·홍콩 등을 제외한 전세계 독점판매 권리를 확보해 내년 허가를 목표로 글로벌임상 2상 ‘ELUXA 1’(‘HM-EMSI-202’)을 진행하고 있다. HM61713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를 거쳐 상품명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olmutinib)로 지난 13일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다. 
 
다만 편평상피세포암 환자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 및 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아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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