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올해 49만5000명이던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2020년엔 75만명, 2030년 113만5000명, 그리고 2050년에는 212만 7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환자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도 황폐화시켜, 암과 같은 중증질환 못지않게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크다.
이 질환은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수면장애, 식욕 감퇴, 성격 변화, 악력 감소 등 전조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렘(REM) 수면장애는 환자가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중요한 치매의 단서여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렘 수면 상태에서 꿈을 꾸면 뇌는 활성화되지만 팔·다리근육은 일시적으로 마비돼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꿈을 꾸는 도중에도 근육이 계속 긴장해 신체 일부가 움직인다. 이로 인해 기분 나쁘고 폭력적인 꿈을 꿀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과격하게 휘져으면서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옆에 자는 사람을 때리는 행동을 보인다. 잠에서 깬 뒤에는 ‘쫓기거나 싸우는 꿈을 꿨다’고 기억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렘수면행동장애 유병률은 2.01%로 외국의 0.38~0.5%보다 현저히 높다. 노년기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5~10년 후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 보통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20%가 5년 내에, 40%는 10년 안에 치매나 파킨슨병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전후 뇌파검사에서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인지장애가 없는데도 대뇌 네트워크 이상이 치매 초기단계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며 “이는 신경퇴행성 과정의 초기 변화일 가능성이 크므로 노년기에 고약한 잠버릇이나 잠꼬대가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하거나, 냄새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각이 감퇴하는 것도 치매를 알리는 신호다.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선호하는 음식이 갑자기 바뀔 경우, 특히 사탕 등 단것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 퇴행성 신경질환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신문을 매일 사서는 읽지 않고 집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습관도 치매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사재기와 강박에서 비롯되는 행동들은 치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갑작스러운 압력 감소도 치매와 연관이 깊다. 또 미국신경학회에 따르면 악수할 때 손을 꽉 쥐는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42% 낮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은 치매와 수면장애를 동시에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메가3·DHA·EPA·리놀렌산·리올리브유 등이 다량 함유된 해산물과 등푸른생선, 항산화물질이 많은 자두·블루베리·딸기·시금치 등 색이 짙은 과일과 채소를 자주 섭취하면 좋다.
운동은 하루 30분씩 2일에 한 번씩 실시하고, 러닝머신 달리기처럼 혼자 하는 운동보다는 단체운동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