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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숙변 빼준다는 ‘커피관장’, 화상·세균감염·패혈증 유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5-09 15:57:38
  • 수정 2020-09-13 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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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이용자, “대장점막·간 통해 독소 배출” … 이온 불균형·탈수 동반해 사망하기도
커피 관장을 통해 독소를 배출하거나 특정 질환을 치료한다는 의학적 보고는 없다.몸에 쌓인 독성물질을 빼내 건강을 되찾게해주는 ‘해독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디톡스 애호가와 암 환자 사이에 커피로 독소를 배출시킨다고 알려진  ‘커피관장’이 확산되고 있다.

원래 관장은 입으로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대장에 생긴 국소적인 염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변을 내보내기 위해 실시한다. 커피관장은 커피를 항문으로 넣어 대장을 청소하는 관장요법을 의미한다. 1920년 독일 의사인 막스 거슨은 여러 질병의 원인은 체내에 쌓인 독소 때문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커피 관장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사망한 뒤 딸이 커피관장을 홍보하면서 1977년 거슨연구소를 설립했고 현재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꽤 많다.

관련 용품 판매업체와 일부 이용자들은 ‘카페인이 직장 점막을 통해 흡수되면 곧바로 간으로 들어가 담즙의 배출을 도우면서 간에 있는 독소를 뽑아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관장으로 독소를 배출하거나 특정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능이 거의 없고 인위적인 관장을 실시할 경우 자체적인 배변능력이 떨어지거나 대장염, 대장천공, 세균감염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뜨거운 커피를 빨리 주입해 대장에 화상  또는 천공이 생기거나, 세균감염으로 인해 사망 위험이 높은 패혈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온 불균형, 탈수 같은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커피 관장의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영국 암연구자선단체도 커피관장이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커피관장이 장에 남아있는 숙변을 제거해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배출해 준다’는 일부 주장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 최 교수는 “일부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이 장 속에 붙어있는 숙변을 제거하지 않으면 독소가 몸속에 쌓이고 이는 암, 만성피로, 비만 등을 일으킨다고 홍보하면서 숙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며 “하지만 대장벽은 미끄러운 점막으로 덮여 있고 반복적인 연동운동을 하기 때문에 숙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장운동이 저하되면 변비 증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대변이 대장을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숙변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관장이 아니더라도 커피를 과도하게 마시면 칼슘 불균형, 역류성 식도염, 가슴 두근거림, 메스꺼움, 불면증, 기억력 손실, 치아 변색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커피 속에 함유된 항산화성분 중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CGA)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빈혈인 젊은 여성은 커피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나 노인은 카페인 분해속도가 느리므로 커피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질병을 예방 혹은 유발하는 커피의 이중성은 항산화물질(CGA 등)과 깊이 연관된다. 이 물질은 인슐린 감수성과 베타세포 기능을 개선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저밀도(LDL)콜레스테롤의 산화를 감소시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 하지만 양이 과도할 경우 반대의 효과를 낸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학업이나 야근을 하면서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사람이 많지만 카페인이 체내에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각성효과는 떨어지고 우울감 증가 등 부작용만 남는다. 카페인 하루섭취기준량은 성인은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는 체중 1㎏당 2.5㎎이다. 시중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 한 잔에는 평균 124㎎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이 10분의 1 적다는 디카페인 커피도 항산화성분 함량은 똑같아 너무 자주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커피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기호식품으로 하루 1~2잔 적당히 마시되 관장이나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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