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비만, 고령화 등의 이유로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 전립선 악성신생물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는 2010년 3만5688명에서 2014년 6만32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비도 767억원에서 1196억원으로 급증했다.
전립선암은 나이가 들수록, 뚱뚱해질수록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운동부족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비만은 가장 주요한 발병인자로 꼽힌다. 최근 10년새 전세계적으로 비만에 따른 전립선질환의 유병률이 높아면서 유럽과 미국 비뇨기과학회에서 비만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적당량의 지방은 면역체계에 도움되지만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당뇨병, 심장혈관, 암의 원인이 된다. 비만하면 전립선(prostate)을 둘러싼 지방층이 두터워지면서 암세포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홍성후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 남성은 정상체중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1.2배 정도 높다”며 “국내 40대 이상 남성의 절반 가량이 비만체형인 점을 고려할 때 전립선암 환자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만한 사람은 치료받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다. 크리스토퍼 케토(Christopher J. Keto) 미국 듀크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사람은 전립선암 치료법인 안드로겐차단요법을 받은 뒤 질병이 악화되거나 재발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이 뼈로 전이될 위험은 정상체중에 비해 과체중 남성이 3배, 뚱뚱한 남성이 5배 높았다.
비만은 전립선암 진단을 어렵게 해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보통 전립선암은 전립선암표지자(PSA검사)로 진단한다. PSA는 전립선암 가능성이 큰 사람에게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물질로,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여부를 추정하는 데 도움된다. PSA수치가 3.0ng/㎖ 이상이면 전립선암 고위험군으로 본다.
하지만 비만하면 PSA 수치가 정상인보다 낮게 나타나 전립선암 고위험군인데도 정상으로 판별돼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박진호·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정상체중 그룹의 PSA 평균치는 0.89ng/㎖였지만, BMI가 25∼30인 비만그룹은 0.83ng/㎖, 30 이상의 고도비만 그룹은 0.73ng/㎖로 집계됐다. 비만할수록 PSA 수치가 낮은 셈이다.
이처럼 비만한 사람은 조기 전립선암이 있어도 PSA 수치가 정상체중인 사람만큼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검사결과가 정상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고도비만 환자는 전립선암 사망률이 50%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비만한 사람은 전립선수술 시 출혈 가능성이 높고 두터운 지방층으로 인해 집도의의 시야가 제한돼 수술 후 합병증의 위험도 높은 편이다.
홍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고 증상이 있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진행암인 경우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므로 꾸준한 운동과 균형잡힌 식습관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 직장 앞쪽에 있는 밤톨 크기의 남성 생식기관으로 정액의 일부를 만들어내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전립선암의 대부분은 전립선세포에서 발생하는 선암(샘세포 암)이다. 주된 발병 원인은 고령(5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 인종(동양인에서 발생률이 가장 낮음), 유전적 소인, 가족력, 남성호르몬, 당뇨병, 비만, 서구화한 식생활(동물성 지방 섭취의 증가), 감염 등이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중년이상 남성들이 알아야 할 ‘전립선암 5대 예방수칙’으로 △1주일에 5회 이상 신선한 과일·채소 섭취 △1주일 중 5일은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지방 많은 육류 줄이기 및 적정체중 유지 △50세 이상 남성의 연 1회 전립선암 조기검진 △가족력 남성의 40대 이후 연 1회 전립선암 조기검진 등을 권유하고 있다.
빨간 육질의 고기는 지방 함량이 높으므로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등푸른생선에 들어있는 DHA·EPA 성분이 전립선암 세포 수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고등어 등을 자주 섭취해주면 좋다. 콩(대두), 토마토, 녹색 채소,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자몽, 살구 등은 항암작용을 하는 ‘라이코펜’이 풍부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된다. 백미보다는 도정을 하지 않거나 덜 한 통곡식이 전립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