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치대 김백일 예방치과학교실 교수와 정의원 치주과학교실 교수팀은 검사용 바늘로 찌르지 않고 치아와 잇몸 사이에 염증주머니(치주낭)가 생기는 치주질환(잇몸병)의 상태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치주질환을 진단하려면 치주탐침이라는 가느다란 바늘을 치아와 잇몸 사이에 넣어 염증주머니 깊이를 측정해야 했다. 염증 깊이를 잴 수 있지만 바늘이 잇몸을 찌를 때 통증이 생겨 환자가 공포감을 느끼고, 정확한 측정에 시간이 소요되며, 생성된 염증을 건드려 2차 염증의 발생 위험이 존재했다.
이에 김 교수팀은 간단히 수집할 수 있는 타액(침)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 농도가 치주질환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새 측정법을 고안했다. 치주질환이 발생하면 염증주머니 속 염증 작용으로 치은에 출혈이 생기고, 헤모글로빈 수치를 측정해 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2014년 3~8월 연세대 치과병원 치주과를 찾은 18~80세 환자 202명(남성 102명, 여성 100명, 평균연령 53.1세)을 대상으로 타액내 헤모글로빈 수치와 환자 자가보고 설문내용을 혼합한 치주질환자 선별검사를 시행했다.
연구팀은 대상 환자에게 무취·무향의 파라핀왁스를 씹게 해 타액을 채취한 뒤 대장(大腸)질병 검사에 사용되는 ‘용변잠혈검사기’를 이용해 헤모글로빈 농도를 측정했다. 치주질환과 연관 깊은 10개 항목의 자가 설문지검사도 시행했다. 설문검사 항목에는 스켈링 경험, 흡연·음주 등 생활습관 등이 포함됐다.
대상 환자군을 정상집단(치주낭 깊이 0~3㎜), 치주질환 보유집단(치주낭 깊이≥4㎜), 위험도가 높은 집단(치주낭 깊이≥6㎜) 으로 분류하고 헤모글로빈 수치, 설문조사 내용, 연령 항목을 조합해 새로운 측정방법의 AUROC 값을 구했다. AUROCs는 통계학에서 판별 모형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며 특성의 형태를 위치로 가늠하게 해준다. 최대값은 1이며, 1에 가까울수록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치주질환 보유집단과 위험도가 높은 집단 모두 헤모글로빈, 설문지 내용, 연령으로 구성 된 주·객관적 평가내용을 혼합해 분석한 결과 각각 0.78과 0.76이라는 가장 높은 AUROC값을 기록해 기존 방법을 대체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김백일 교수는 “치주질환은 한 해 1200여만명이 진료받을 만큼 대표적인 구강질환 중 하나로 심혈관질환 및 각종 전신질환 발병과 연관된다”며 “이번 연구는 타액내 헤모글로빈 농도를 바이오마커로 삼고 개인 설문조사와 연령을 조합하면 치주질환 예측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규모 치주질환 역학조사 평가시 새로운 측정법을 응용하면 간단하게 치주질환을 진단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전문학술지인 ‘JPIS(Journal of Periodontal and Implant Science)’ 최근호에 ‘타액 내 헤모글로빈과 치주자가보고 설문지 및 연령을 혼합한 치주질환자 선별 검사법의 정확도(Diagnostic accuracy of a combination of salivary hemoglobin levels, self-report questionnaires, and age in periodontitis screening)’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