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난임부부는 약 21만명으로, 부부 10쌍 중 1쌍이 고통받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난임시술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난임휴가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난임은 건강한 남녀가 피임 없이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상적인 경우 피임 없이 부부생활을 하면 1년 이내에 70∼80% 정도 임신에 성공한다. 결혼 후 특별한 이유 없이 한두 해가 지나도록 임신이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최근 난임의 원인은 남녀 구분 없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양쪽에서 발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배란장애, 스트레스, 비만,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임신에 적신호가 켜진다. 난자가 배란되고 수정이 이뤄지는 난관이 막혀 있거나 이상이 있어도 문제가 된다. 수정란이 착상하고 임신을 유지하는 자궁내막에 문제가 있는 경우 수정란이 살 집을 찾지 못하게 돼 임신이 어려워진다.
남성은 정자에 이상이 있거나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자 이상은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정자의 수, 모양, 운동성에 문제가 있는 상황을 통틀어 말한다. 흡연, 극심한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원장은 “적잖은 부부들은 불임인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자가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불임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부부가 함께 하루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부부가 모두 난임검사를 받아야 순조로운 출발을 기대할 수 있다. 홍수정 원장은 “아직도 난임을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남성이 적잖다”며 “전체 난임의 20~30%를 차지하는 ’원인 불명 난임‘을 제외하면 여성 원인이 40~50%, 남성이 30%를 차지해 남성 요인도 의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소 술·담배를 하지 않고 운동도 많이 해 자신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과신하지만 실제로는 무정자증으로 판명되는 사례가 꽤 많다”며 “이런 경우 아내가 수 없이 검사를 받더라도 허사가 되는 만큼 초기에는 부부가 동시에 검사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난임 부부가 고려할 수 있는 치료로는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이 있다. 인공수정은 남편의 정액을 받아 정자를 농축시킨 뒤 자궁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성공률은 1회 14~18% 수준으로 사실상 자연임신을 돕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연임신과 확률이 비슷하다. 정자량이 적거나, 정자가 1차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인 자궁경관 점액질의 점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난임 원인을 모를 때 주로 시행한다.
체외수정은 속칭 ‘시험관아기 시술’이라고도 한다.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 같이 넣어 시험관 내에서 수정을 일으킨 뒤 수정 후 시험관 내에서 2∼5일 간 수정란을 배양, 이를 자궁에 넣어 착상을 유도한다. 이미 시험관에서 수정됐으므로 자궁내막에 착상되면 임신하게 된다. 체외 수정에서 여성의 난관을 대신하는 게 시험관이다.
평소 난임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검진이다. 특히 생리불순이 생기는 경우 더욱 고려할 만하다. 홍수정 원장은 “초경 1~2년에는 생리불순이 생길 수 있지만 이후 3개월 이상 생리불순이 이어지면 꼭 산부인과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최근 만혼이 늘며 고령 산모가 증가하는 만큼 난소기능이 소실돼 폐경이 오면 어떤 수단을 써도 2세를 가질 수 없는 만큼 산부인과와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성들의 과도한 다이어트는 비만 못잖게 해롭다. 홍 원장은 “짧은 기간에 극심하게 체력을 소모하는 운동선수 중 폐경이 빨리 찾아오는 사례가 있듯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지나친 다이어트는 지양해야 한다”며 “체중의 10~20%를 짧은 기간에 빼면 조기 폐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균형 잡힌 식단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계획임신 시 적어도 1개월 전에 엽산과 산모용 영양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보편적 규칙만 지켜도 난임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