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만 12세 여아는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30만~36만원(2회 접종 기준)에 달하는 비용을 본인이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올해 접종은 2003년 1월 1일(초6)~2004년 12월 31일(중1) 출생한 여아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서바릭스’와 ‘가다실’ 중 한 가지를 선택해 6개월 단위로 2차례 맞으면 된다.
유일하게 예방할 수 있는 암이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암 중 7번째로 많고, 매년 3,600여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며, 900여 명이 숨진다. 피부 접촉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미리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받고 꾸준히 검진받는 게 중요하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HPV는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 걸릴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라고 설명한다. 다만 성관계를 일찍 시작했거나, 성관계를 가진 사람이 여럿이거나,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은 경우에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본인이나 배우자의 위생 상태, 흡연 등도 원인 인자로 작용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현재까지 150여 종 이상의 HPV 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약 15종이라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HPV16, HPV18은 자궁경부암에서 약 70%가 발견돼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을 접종하면 이 두 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HPV에 감염돼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마치 감기에 걸리는 과정과 유사하다”며 “가령 손에 묻은 감기 바이러스가 호흡기의 점막으로 옮겨진 경우, 바이러스는 사라질 수도 있고 외부적 조건이 맞으면 감기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자궁경부암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대체로 남성이 어딘가에서 HPV를 옮아 온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이다. 성관계로 자궁 경부에 옮겨진 HPV는 사라지거나, 단순히 머물러 있거나, 자궁경부 표면에 뿌리를 내려 염증을 일으킨다. 상황이 악화되면 암 전 단계인 상피이형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다만 바이러스 감염 후 본격적인 암 진행까지 속도가 더딘 편이고 자연치유되거나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어릴 때 미리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한다. 실제로 미국소아과학회(AAP,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미국 CDC 등은 11~12세 소녀에게 의무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3회 백신을 접종하는 성인과 달리 2회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국내에서도 어린이는 자궁경부암을 2회 접종하라는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국내서는 여자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호주 등에서는 남자아이에게도 백신을 접종, HPV 감염을 원천 차단한다. 호주 정부는 “남자 아이들에게 HPV 백신을 접종시키면 자궁경부암을 막는 것은 물론 남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성기사마귀(콘딜로마)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받고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학부모가 적잖다. 이와 관련 일본 후생노동성과 세계보건기구는 ‘이상 반응과 백신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해당 증상과 자궁경부암 백신은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백신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한 만큼 안심해도 좋다.
무엇보다 접종 스케줄을 잘 지켜야 한다. 김태준 원장은 “어린이의 경우 2차, 성인은 3차까지 접종을 완료해야 충분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여러 번 주사해야 하는 백신의 경우 접종간격이 미뤄진다고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지연된 경우 가능한 빨리 남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