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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망 SK케미칼은 왜 침묵하나, ‘책임론’ 급물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4-29 01:32:50
  • 수정 2016-05-02 18: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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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년 옥시에 살균제 원료 공급, 2003년 호주 수출시 유해성 인지 … 환경단체, 전현직 임원 14명 고발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RB코리아)가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원료 공급업체인 SK케미칼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마트는 지난 18일 피해자 보상을 위해 100억원을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사과 퍼포먼스를 벌였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옥시는 전국민적인 ‘불매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옥시 측에 원료를 공급할 당시 ‘물질안전보건자료’에 ‘흡연하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에 대해 SK 전현직 임직원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검찰이 옥시에 이어 SK케미칼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SK케미칼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옥시에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를 납품했고, 옥시는 2001년 이 원료를 이용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출시했다. PHMG의 경우 덴마크에서는 건축용이나 가축용 살균제로 용도가 제한됐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SK케미칼은 2003년 호주에 원료를 수출할 당시부터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PHMG를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하고 다른 제조사에는 ‘흡입 경고 문구’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취급설명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K케미칼은 경고 문구를 남겼기 때문에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원료·제품 생산자인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판매사인 애경산업에 보낸 문서에는 ‘피톤치드를 흡입할 경우 인체를 공격 중인 각종 병원균들이 사멸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삼림욕 효과를 일으킵니다’, ‘라벤더향은 화장품의 원료 및 향수로도 쓰이며 두통(해소)이나 신경안정제로도 사용됩니다’고 쓰여 있다.

단순히 제품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피톤치드나 라벤더향의 효과를 나열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가습기살균 제품이 기체상태로 인체에 흡입되는 용도로 쓰이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원료 공급 당시 ‘물질안전보건자료’에 ‘흡연하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 온 SK케미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문서는 애경산업이 2011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허위표시(제품에 ‘인체무해’ 표시) 관련 위법사실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SK케미칼 측에 소명자료를 요청해 전달받은 것이다. 법조계도 SK케미칼이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를 제공한 업체인 만큼 옥시 못잖게 책임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SK케미칼 전현직 임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유럽에서 수입한 원료를 제외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92%가 SK케미칼이 개발하고 공급한 화학물질 살균제가 들어간 제품을 사용했다”며 “가습기살균제 대부분의 원료인 PHMG와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칠소치라졸리논)를 공급한 SK케미칼이 참사 사건의 가장 큰 책임자”라고 비난했다.

옥시 측에 공급한 PHMG 외에도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에 함유된 CMIT와 MIT 성분도 직접적인 피해자를 낳았다. 가습기살균제에는 독성 성분인 PHMG,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CMIT, MIT 등이 들어있다. SK케미칼의 가습기메이트는 CMIT와 MIT로 만든 제품으로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PHMG 성분)’과 함께 인기 판매상품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CMIT와 MIT 물질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총 36명이 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2월 이들 두 물질을 담고 있는 제품에서 ‘폐 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CMIT·MIT 관련 피해자들은 낮은 단계의 피해 판정(3·4등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제조사인 SK케미칼도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었다. CMIT·MIT 피해자들은 폐섬유화 증상을 보인 PHMG·PGH 피해자와 달리 폐·심장·내분비계질환과 비염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게 특징이다. 2012년 9월에야 환경부는 CMIT와 MIT를 인체와 어류 등에 유해한 유독물로 지정했다.

장하나 의원은 “현재 검찰수사가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 원료인 PHMG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SK케미칼이 삼림욕 및 아로마테라피 효과 등을 강조하며 흡입을 권장하는 가습기살균제 원액을 직접 제조해 공급해왔음이 드러났다”며 “가습기메이트의 제조사로서 흡입 용도인 줄 뻔히 알면서 원료를 공급해 온 SK케미칼도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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