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탈모증을 가볍게 여겨 비의학적 치료에만 매달리다가 적절한 진단 및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모발학회는 2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탈모증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에 대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강동경희대병원 및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을 방문한 10~69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탈모증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가 가려움증 등 두피질환을 경험하고 40%는 탈모증을 의심했지만, 이를 확신하는 데 가족·친구 등 지인의 의견을 선호하는 경우가 50%에 달했다.
탈모증이 의심돼도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서(46%)였다. 이밖에 병원치료에 의구심을 느끼거나(18%), 관리실·미용실·한의원 등에서 병원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말을 들었거나(13%), 병원의 비싼 치료비용이 부담(10%)돼 병원 치료를 기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탈모예방의 경우 비의학적인 치료를 택하는 경우가 64%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많이 실천하는 탈모 예방법은 단연 샴푸·토닉 등 화장품·의약외품 사용(46%)이었다. 병원을 가지 않는 이유로는 두피관리실·미용실 등 방문 및 관리(5%), 한의원 치료(4%),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4%) 등이 꼽혔다.
탈모 관련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광고와 효능표기(41%)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어 △주변사람의 추천(38%) △두피관리실·미용실의 조언(9%) △제품판매자의 설명(6%)으로 응답해 △병원(3%) △약국(1%) 등 의료 전문가보다 비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비의학적 치료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10명 중 9명은 탈모방지샴푸 등 탈모 관련 제품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의원과 특정 음식 등을 통한 치료만족도 역시 각각 19%와 2%에 그쳤다.
탈모증은 남성형·원형·여성형 탈모 등 유형과 단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이번 조사에서 탈모증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응답자는 39%로 적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강훈 대한모발학회 총무이사(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환자 대부분이 자신이 어떠한 유형의 탈모인지 모른 채 비의학적 관리로 질환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탈모증은 의학적 진단·치료가 필요한 피부과 질환이란 사실을 알고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에게 상담해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영 대한모발학회 회장(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많은 탈모증 환자가 의학적 치료법이 아닌 화장품·두피관리실 등에 의지하며 경제적·정신적 손실을 입고 있다”며 “학회는 두피·모발 질환의 전문가그룹으로서 탈모증 인식제고를 위해 교육활동을 지속하고, 환자가 조기에 탈모증을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환경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