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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먹인 흑돼지가 최상품 ‘하몬’ … 짭조름한맛 일품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4-22 12:05:13
  • 수정 2020-09-13 19: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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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돼지 활용 ‘세라노’가 전체 90% … 먹이·숙성기간·방목환경 따라 맛 천차만별
하몬은 국내에선 하몽으로 부르지만 이는 1992년 개봉된 영화 ‘하몽하몽’의 잘못된 영향 탓이다.
스페인을 방문하면 식당이나 카페테리아에서 천장 및 갈고리에 걸려 있는 거대한 돼지 뒷다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스페인 전통음식인 ‘하몬’(Jamon)으로 건조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햄의 일종이다. 넓적다리살이나 삼겹살을 소금에 절여 훈제한 햄이나 베이컨과 다르다. 소금의 농도와 통풍 등 부패되지 않게 숙성시키는 기술과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대개 익히지 않고 얇게 썰어 먹는다. 

하몬은 1000여 년전 스페인에 들어온 돼지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5세기 전후 스페인 식민지 확장 시기에는 전쟁 식량으로 각광받았다. 불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단백질이 풍부해 군인에겐 최고의 식품이었다. 스페인 군인들은 몇 조각의 하몬과 빵으로 전쟁을 견뎠다.

국내에서는 흔히 하몬을 ‘하몽’으로 부른다. 이는 1992년 개봉된 영화 ‘하몽하몽’(Jamon Jamon)의 영향이다. 당시 영화제목을 하몬하몬이 아닌 하몽하몽으로 잘못 번역한 게 굳어진 것이다. 스페인 음식을 프랑스 어법으로 발음하는 것은 모순일 뿐만 아니라 실제 모든 스페인어권에선 하몬으로 부르기에 하몽은 틀린 발음이다.

하몬은 스페인 전역에서 즐겨 먹지만 지역에 따라 제조법과 이름이 다르다. 1년 이상 자란 돼지를 하몬에 사용한다. 품종에 따라 크게 ‘하몬 세라노’(Jamon Serrano)와 ‘하몬 이베리코’(Jamon Iberico)로 나뉜다.

하몬 세라노는 백돼지 뒷다리로 만든 것으로 하몬 이베리코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먹이는 사료의 품질도 나쁘고 숙성기간도 짧아 가격이 저렴하다. 세라노는 숙성기간에 따라 ‘보데가’(9~12개월), ‘레세르바’(12~15개월), ‘그란 레세르바’(15개월 이상) 등으로 나뉜다. 대체로 숙성기간이 길수록 맛이 좋아진다. 만드는 법이 이베리코에 비해 쉬워 전체 하몬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흔히 여행객들이 하몬을 기대하고 먹다가 실망하는 이유는 낮은 품질의 하몬 세라노를 먹기 때문이다.

하몬 이베리코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서만 서식하는 토종 흑돼지의 뒷다리로 만든 것이다. 이베리코는 털이 뻣뻣하고 발굽이 검은색인 게 특징이다. 다른 종에 비해 살이 빨리 찌고 마블링이 많다. 이베리코의 등급은 돼지 혈통, 숙성기간, 방목 환경, 먹이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돼지가 먹는 먹이와 활동량이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베리코는 사료의 종류에 따라 데세보(de cebo), 데세보 캄보(de Cebo Campo), 레세보(Recebo), 베요타(Bellota) 등으로 구분된다. 

데세보는 사육장에서 세라노와 같은 사료(곡물과 콩류)를 먹고 자란 돼지를 뜻한다. 이베리코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데세보 캄보는 방목장에서 사료를 먹인 것이다.
레세보는 처음에는 방목장에서 사료를 주다가 도토리를 먹이는 몬타네라 과정에서 탈락된 돼지다. 이후에는 다시 사료를 먹이며 키운다. 몬타네라는 생후 10개월의 이베리코 돼지를 도토리가 떨어지는 10~11월에 사육장이 아닌 넓고 푸른 들판에 방목시켜 부드러운 육질을 만들어내는 도축 전 마지막 사육 과정이다.
베요타는 도토리라는 뜻으로 도축 직전 일정 기간 오직 도토리만 먹여 키운 돼지다. 다른 돼지에 비해 활동량이 많은 돼지로 고소한 맛이 강조된다. 몬타네라 과정을 거친 돼지들은 대개 하루 1㎏씩 살이 찐다.

하몬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간단하게 식사용 빵에 하몬을 올려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부드럽고 구수한 빵은 하몬의 깊은 맛을 배가시킨다. 와인을 마실 때 안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멜론과 곁들이면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하몬의 짭조름한 맛과 달콤한 멜론은 찰떡궁합이다.

하몬은 얇게 썰수록 맛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썰리는 두께에 따라 하몬 요리사의 수준이 평가되기도 한다. 기계로 자른 하몬과 사람이 자른 것의 가격은 대략 1.8배 차이가 난다. 종잇장처럼 얇아 자른 즉시 먹는 게 좋다. 차가운 곳에 보관하면 지방이 불투명하고 입 안에서 녹는 느낌이 덜하다. 하몬은 비싼 가격 탓에 푸짐하게 먹기는 어렵다. 한번에 먹는 분량(약 50g)이 대략 150㎉로 다른 돼지고기 요리에 비해 열량이 낮다.

스페인 내에서는 살라망카(Salamanca)의 구이후에로(Guijuelo)와 우엘바(Huelva)의 하부고(Jabugo)가 최고의 하몬 생산지로 꼽힌다. 유럽연합과 스페인에서 지정한 하몬 원산지 보호 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하몬 이베리코를 만드는 데 정성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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