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의학적 지식이 일반인보다 많아 건강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밤 근무가 많아 유방암과 대사증후군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수술, 밤 근무 등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의사가 일반인에 비해 암 발생이 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혜진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10~2013년 이대여성건진센터 및 건강증진센터를 찾은 의사 382명(이대목동병원 137명, 타 병원 245명)의 건강검진 기록을 검토해 암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30명이 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 중 17명은 건강검진 이전에 암에 걸린 병력이 있었고, 13명은 건강검진을 통해 새롭게 암을 판정받았다.
암 유병률 표준화(Standardized Prevalence Ratio of Cancer)를 통해 국가 암등록 통계와 비교한 결과 남성 의사는 일반 남성보다 암 유병률이 2.47배 높았으며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여성 의사는 일반 여성보다 3.94배 높았으며 갑상선암, 유방암, 폐암, 자궁경부암 순이었다.
전혜진 교수는 “모든 의사가 자신의 의학 지식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며 “업무 특성상 바쁜 일정, 스트레스, 생활습관 변화, 방사성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증가가 암뿐만 아니라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과체중인 남성 의사의 비율은 36.3%, 비만은 44.8% 5명 중 1명만이 정상 체중을 유지했다. 연구 대상자 평균 연령인 50대를 기준으로 일반인의 비만율인 33.7%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질증, 천식, 수면무호흡증, 위식도역류질환, 지방간, 불임 등을 유발한다. 유방암, 위암, 대장암 등 각종 암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전 교수는 “비록 한 기관의 자료이지만 처음으로 국내 의사의 암 유병률을 알아본 것에 의미가 있다”며 “주중에 건강검진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의사를 위한 일요 건강검진, 다양한 건강관리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개인도 건강에 관심을 갖고 조기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대여성건진센터 및 건강증진센터는 지역 병·의원 의사을 위해 일요일에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가정학회지’ 영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