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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腸) 속 바이러스, 복통·설사 동반 크론병 막는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4-18 15:28:07
  • 수정 2016-05-22 15: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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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역물질 ‘인터페론 베타’ 분비 촉진 … 항바이러스제 남용 억제 가능

사람의 장(腸) 속에서 살고 있는 바이러스가 복통과 설사 등을 유발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을 막을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권미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배진우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천재희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장내 공생바이러스가 면역세포내 신호전달체계인 ‘톨유사수용체3/7’를 활성화해 체내 면역물질인 ‘인터페론 베타’의 분비를 촉진, 장내 항염증 작용을 일으켜 염증성 장질환을 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로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체내 공생 미생물의 한 종류인 장내 바이러스와 선천 면역체계의 긍정적 상관성을 밝힘으로써 장내 바이러스의 작용을 없애거나 약하게 하는 항바이러스제의 남용을 억제할 수 있게 됐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구분되는 염증성 장질환은 장점막에 다발성 궤양, 출혈, 복통, 설사를 수반하는 만성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면역계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로 만성적인 장염증이 발생하며 정확한 원인 및 진행 경과는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환경적·면역학적 요인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면역학적 요인의 대표적 예로 장내 공생세균(박테리아) 군집의 조성 변화를 들 수 있다.

연구팀은 면역세포내 신호전달체계인 ‘톨유사수용체3/7(TLR3/7)’의 기능이 망가진 생쥐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악화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톨유사수용체3/7는 바이러스 등 외부물질을 인식하고 면역세포 대사를 촉진해 선천성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폴리(Poly(I:C))와 이미퀴모드(Imiquimod)와 같은 물질에 반응해 활성화되며, 장내 공생바이러스가 보유한 RNA물질과 동일한 성질을 갖는다.

연구팀은 톨유사수용체3/7의 활성화에 따른 염증성 장질환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대장염에 걸린 생쥐에게 폴리와 이미퀴모드 물질을 투여했다. 그 결과 신호전달체계인 톨유사수용체3/7가 활성화되면서 대장점막 고유층의 면역세포인 특정 수지상세포(pDC)의 활성이 촉진되고 인터페론베타(IFN-β)의 분비가 증가해 염증성 장질환 증세가 유의하게 완화됐다.

이번 연구에서 실제 항바이러스제로 생쥐의 장내 공생바이러스의 양을 감소시켰을 때 염증성 장질환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바이러스제의 처리가 장내 바이러스의 양적·질적 변화와 장내 세균 군집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했다. 아울러 크론병 환자의 대장조직에서 얻은 유전체데이터를 분석해 톨유사수용체3/7에 관한 유전자가 정상인에 비해 변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권미나 교수는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진 병원성 바이러스와 다르게 공생 미생물인 장내 바이러스는 장내 면역시스템의 방어기능을 활성화해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는 세계 처음으로 보고된 내용으로 이를 활용해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과 항바이러스제 남용에 대한 경계를 제시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 도약 사업 및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면역(Immunity, 임팩트 팩터=21.561)’ 4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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