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이변이 속출하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된 20대 총선에서 의사·치과의사·약사·간호사 등 보건의료인 출신 후보자 10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보건복지위원 중에서는 20명 중 7명만 의원직을 유지해 보건의료정책 결정과정의 연속성에 단절이 예상된다. 특히 새누리당의 참패로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 의료서비스발전법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의사 출신으로는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경기 성남중원)와 박인숙 후보(서울 송파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서울노원병) 등 총 3명이 19대에 이어 연속 당선됐다. 신상진 의원은 17대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4선을 달성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의사 중 최다선이 됐다.
치과 의사출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후보(인천서구강화을)와 전현희 후보(서울 강남을) 등 2명이 당선됐다. 관록의 4선 의원인 김영환 국민의당 후보(안산 상록구을)는 5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오히려 안산지역 내 야권 분열의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전임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3선의 치과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후보도 국민의당 김종회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간호사출신은 국군간호사관학교 출신의 새누리당 윤종필 후보(비례 13번)가 유일하다.
약사 출신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경기 부천소사)가 3선 반열에 오르게 됐다. 18대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전혜숙 후보(서울 광진갑)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재선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거친 김승희 후보(비례 11번)와 김순례 전 대한여약사회장(비례 15번) 등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당선자 중 연거푸 당선에 성공한 의원은 신상진, 박인숙, 안철수, 김상희 후보 등 3명에 불과하다.
4선에 성공한 신상진 후보는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던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43.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2001년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맡는 등 개원의들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지난 19대 선거에서 약사 출신 김미희 전 의원(통합진보당)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보궐선거를 통해 부활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성남시립의료원 조기 건립과 대학병원 위탁 운영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이밖에 △국공립노인요양원 건립 △치매관리 및 치료·노인 틀니·인공관절 관련 비용 국가 지원 확대 △고령층 의료비 정액제 개선 △간병비 부담 완화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박성수 후보를 접전 끝에 누르고 44%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박 의원은 공약으로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 확대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마련 등을 내세웠다. 이밖에 △보건의료산업 및 생명공학 중심의 과학기술 혁신 △경로당 주치의 제도 △의료전달체계 개선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및 지원 등 보건의료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국회 복지위 출신이자 국민의당 당대표인 안철수 후보는 52.3% 지지율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를 상대로 큰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안 의원의 완승이었다. 반(反) 문재인 여론이 확산된 광주 등 호남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국민의당 소속 후보 38명을 당선시켜 향후 대권주자로 한 걸음 올라섰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18번을 받아 당선권으로 분류됐던 김철수 양지병원장(전 대한병원협회장)과 20번의 치과의사 출신 김본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는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17번까지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는 여권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강남지역에서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접전 끝에 당선,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치과의사를 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8년 18대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에 영입, 19대 총선 때 강남을에 출마했다가 정동영 전 의원에게선에서 패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같은 당 신동근 후보는 인천서구을에서 현역 5선인 새누리당 황우여 후보에 맞서 45.8%의 지지율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2002년부터 총선에만 4번 출마해 모두 낙마했다. 지난해 4월 치뤄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게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 연장과 인천 연희 서북구 터미널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약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는 경기 부천소사에서 43.8%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차명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18·19대를 거쳐 3선 의원에 이름을 올린 김 후보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했으며 노무현대통령 자문 지속발전가능 발전위원회 위원장,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전국 여성위원장, 민주통합당 원내 부대표, 국회 여성가족 위원장 등을 지냈다.
전혜숙 후보는 새누리당 정송학 후보를 40.7%의 득표율로 따돌리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더민주 사회복지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4년전 19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약대 출신 김승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비례대표 11번, 김순례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15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보건복지위원 20명 중에서는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김기선 의원(강원 원주갑)·김명연 의원(경기 안산단원갑)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병)·양승조 의원(충남 천안병)·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안철수 의원(서울 노원병) 등 7명만 의원직을 유지했다. 이 중 양승조 의원은 4선의 중진 의원 반열에 오르며 차기 복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4선의 신상진 의원이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양승조가 다른 상임위 위원장으로 내정될 가능성도 높다.
전임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3선의 치과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후보는 국민의당 김종회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같은 당 김성주 후보는 전주병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에게 득표율 0.7%p차로 석패했다. 두 후보간 격차는 989표에 불과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과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출마를 포기했으며, 새누리당 김재원·김정록·김제식·문정림·박윤옥·이종진·장정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목희·최동익 의원은 선거 전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선거에서 의사 출신 당선자는 3명으로 19대 국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9대 국회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안홍준, 신상진, 박인숙, 신의진, 안철수, 문정림, 김용익 의원 등 모두 8명의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활약한 바 있다.
의사 출신 당선자가 크게 준 데다가 정국이 16년만에 여소야대 형국으로 재편되면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밀어붙였던 원격의료 허용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로 제1당 자리를 꿰찬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 허용,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제정에 반대입장을 유지해왔다.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은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강조해왔지만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