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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의 마법, ‘껴안기를 생활화해야 하는 이유’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04-15 17:37:16
  • 수정 2020-09-13 19: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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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시토신 분비, 바이러스 감염 방어 … 이른둥이 건강 향상, 엄마와의 애착 형성 … 낯선 이와의 불편한 포옹은 독
포옹은 단순한 스킨십이지만 껴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건강까지 회복시켜준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좋은 음식과 깨끗한 환경을 조성한 복지시설에서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자란 아이들의 사망률은 유독 높아 모두 의아해했다.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1970년대에 들어서 해소됐다. 원숭이로 실험해보니 엄마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뇌에 손상을 입고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건강이 악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오감 중 촉각만 느낄 수 있으면 다른 네가지 감각을 잃은 경우보다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는 보고결과가 나왔다.

포옹은 마법과 같다. 단순한 스킨십이지만 껴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건강까지 회복시켜준다. 국제의학학술지 심리과학저널에는 ‘포옹이 심리적 불안, 공포증, 두려움을 완화하는 데 탁월하다’는 연구가 게재된 바 있다. 다른 사람과 몸을 접촉하는 것은 심리적 실존성을 극대화해 개인이 가진 대인공포와 심리적 위축감을 상당부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매트 허트스테인 미국 인디애나주 드포대학 심리학 박사는 “포옹은 모성행동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이 뇌에서 분비되도록 한다”며 “이는 감정을 헌신, 신뢰감이 충만하도록 만들어주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옥시토신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와 관련된 부교감신경통제를 늘리고 고통지각을 감소시킨다.

이와 함께 포옹을 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느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현저히 감소, 편안한 마음을 만들어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캠퍼스가 시행한 실험 결과 포옹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안정된 심장박동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옹은 마음의 건강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건강을 지켜주기도 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포옹이 질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경감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는 400명을 실험군을 감기바이러스에 노출시킨 뒤, 한 부류는 격리시키고 나머지 부류는 친구와 가족의 도움을 받게했다.

실험 결과 친구와 가족의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덜 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옹한 사람들은 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의 정도와는 상관없이 질병이 덜 발현됐다. 포옹의 횟수가 많을 수록 더욱 감염으로 부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포옹의 힘’을 치료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캥거루 케어’다. 마치 캥거루가 일찍 태어난 새끼를 육아낭에 넣어 키우듯, 미숙아를 품에 안아 키우는 치료다. 엄마와 아기의 피부가 직접 맞닿을 수 있도록 맨몸으로 안는 것만으로도 아기 건강이 향상된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캥거루케어의 핵심은 피부 밀착”이라며 “미숙아를 부모의 앞가슴에 수직 위치로 안고 일정 시간 배꼽부터 가슴까지 피부를 맞대면 특수감각섬유가 자극받아 뇌에 쾌락신호를 보내고 포옹할 때와 마찬가지로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일정 기간 캥거루 케어를 시행하면 향후 아기의 체중·키 성장을 돕고 모유수유 비율·산모의 만족도를 높인다. 또 산모와 아기 간의 애착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캥거루 케어는 본래 198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인큐베이터 등 의료설비 및 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미숙아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02년 미국 신생아 집중치료실 113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가 캥거루 케어를 실시했다.

반면 국내 대학병원의 캥커루 케어 시행 비율은 선진국과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순민 연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아무래도 병원 공간이 협소하고, 미숙아의 감염 등을 우려해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제한된 면회만을 허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이른둥이 출산이 늘며 캥거루케어를 시행하는 게 좋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질적으로 미숙아의 입원기간을 줄이고 몸무게도 늘려주기 때문이다. 이순민 연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팀이 2012년 10월부터 1년간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미숙아 45명에게 캥커루 케어를 시행한 결과, 케어받은 1500g 미만 미숙아의 평균 입원기간은 84.2일로, 인큐베이터에서 표준치료를 받은 미숙아 68명 입원기간인 98.5일보다 14.3일 짧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어받은 미숙아는 퇴원 시 평균 체중이 2310g으로 그렇지 않은 미숙아의 평균 체중인 2150g보다 160g 더 무거웠다.

캥거루 케어는 산모에게도 긍정적이다. 이 교수는 “이른둥이를 낳은 엄마들은 건강한 아기를 낳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아기와의 접촉은 엄마에게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애착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캥거루 케어 이후 산모들은 우울감 지수가 낮아졌으며, 아이와의 모성과 애착 정도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포옹은 건강한 아이에게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부모에게 자주 포옹받은 아이의 뇌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이 나와 머리가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옥시토신은 커뮤니케이션 능력과도 관련돼 사회적 상호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잦은 신체접촉이 성장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의학보고 사례에서는 부모와의 신체접촉이 많은 자녀일수록 성격이 밝고 대인관계가 원활하다고 설명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세계 400개 문화권을 조사한 결과 포옹을 많이 하는 개방적인 사회일수록 폭력이 적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만 불편한 사람과의 포옹은 독이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 불편한 상황이거나 낯선 사람과 포옹할 경우 코르티솔이 분비된다는 것. 하루에 한 번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족과 포옹을 나눈다면 각박한 일상에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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