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자신만의 당당한 색깔 드러내는 것 … 지나친 인정욕구 내려놓고 ‘진짜 나’를 위한 삶 찾아야
여자들의 고민은 같은 여자가 가장 잘 안다. 학교생활과 직장 등 일상에 치이면서,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하는 일은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고, 외모관리마저 답답함을 느끼며 매일 부대끼는 여성들이 ‘오아시스’처럼 찾아가는 인물이 유은정의좋은의원의 유 원장(44)이다.
그는 ‘닮고 싶은’ 멋진 언니 같은 존재다. 세련된 외모, 프로페셔널한 커리어에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공감능력’까지 완벽하다. 먼저 인생을 경험한 선배이기도 하며, 같은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친구 같은 모습으로 공감을 얻는다. 유 원장은 목표지향적인 대화로 실천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는 단순히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가 아닌 긍정 에너지’를 유도하는 ‘라이프스타일리스트’가 되길 지향한다.
유은정 원장은 “소중한 시간을 내서, 가장 힘든 시기에 도움을 청하러 온 환자에겐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며 “이에 집중해서 함께 해결하는 것으로 서로의 동맹을 강하게 확인하고, 신뢰를 쌓으며, 치료에 대한 동기를 이어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지만 정작 치료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2008년부터 적극적인 상담에 나서며 치료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블로그 활동명도 ‘라이프스타일리스트’다. 자신의 경험과 치료사례를 흥미로운 주제의 에세이로 풀어내며 ‘소통하는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 원장은 전반적인 ‘여성의 삶’을 아우르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젊은 여성의 감정적 허기로 인한 폭식증,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성형중독, 인생의 전환점에서의 산후우울증, 주부의 권태감, 중년에 접어들며 가족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등 여자라면 한번쯤 겪을 수밖에 없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폭식증과 관련, 국내 최초로 비만클리닉과 상담치료를 병행하며 ‘마음의 허기’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2001년 개인의원 최초로 정신과에 스트레스·비만클리닉을 개원하는 등 전문적인 치료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유 원장은 “당시 체중이 줄면서 명랑한 성격으로 바뀌는 환자를 보며 다른 정신과 전문의들이 잘 다루지 않는 ‘몸’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후 스트레스와 비만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 심층적인 심리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이같은 경험을 녹여 국내에서 첫 번째로 다이어트 심리서를 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공동 저술한 ‘나는 초콜릿과 이별중이다’(21세기 북스)란 책이다. 그는 “다이어트의 성패는 ‘식욕조절’에 달려있는데, 그 중심에 선 게 ‘심리적 허기’”라며 “이 책을 쓰면서 여자들이 다이어트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자존감’ 때문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출간에 용기를 얻어 두 번째 책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들녘)도 집필했다. 이 책에서는 진료실에서 만난 전형적인 여성A(20대 폭식증)와 여성B(중년 비만)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이야기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책을 쓰면서 독자들이 읽고 난 뒤 ‘한 시간의 심리상담’을 직접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었는데 다행히 좋은 반응이 나와 독자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꼈다”며 “정신과 상담이 시간이나 비용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만큼 책으로나마 ‘만원의 행복’을 드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한국 여성의 ‘외모 콤플렉스’ 문제는 사회환경과 연결된 부분이 깊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외모가 나아졌다고 느끼면 분명히 자존감이 향상되지만, 온전히 스스로의 결정에 따른 것만은 아니어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외모가 경쟁력, 권력이 되어버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외형에서 자유로워질수가 없고 무시해서도 안된다”며 “아름다움의 기준은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르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당당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 문제는 정신과 진료에서 꼭 다뤄야 할 부분”이라며 “최근 여성에게 강요되는 외모지상주의는 여성의 건강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사회는 ‘외모’ 등 겉으로 보이는 조건으로 개인의 자신감이 형성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는 “아무리 유능한 개인이라도 외적 영향(사회적 분위기)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성형중독도 비슷한 맥락에서 더 이상 개인의 욕심이나 성향으로만 탓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활동에 장애를 겪을 만큼의 외모에 이상이 있어 수술이나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환자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유 원장은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역시 여성의 성형수술을 부추겨 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아직 권력은 남성에게 있으며, 남성은 여성이 아름답기를 요구하고 여성은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측면이 있다”며 “오죽하면 여성의 아름다움은 권력이라고 말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병원 문밖에만 나가면 ‘예쁘고 날씬함’이 주는 권력이 어린아이에게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비만치료 목표는 여성이 다이어트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유은정 원장은 “내 비만치료 철학은 다이어트는 내일로 미루고 싶은 ‘고통의 시간’이 아닌 나를 챙기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환자들이 체중감량을 여성으로서 자신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자신감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비만치료학회 학술이사로서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 ‘식욕억제제 없는 비만치료’를 전파하고 있다. 유 원장은 “비만치료 초기에는 살이 빠졌다가 일정기간이 지나 다시 살이 찌는 환자를 많이 봐왔다”며 “식욕억제제는 중독성이 있고, 복용을 중단하면 요요현상이 나타나 약을 끊을 수 없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식욕억제제를 처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며 “심리상담과 체형교정시술을 병행하는 치료로 전환한 뒤 환자들은 약을 먹지 않으니 요요현상이 사라지고, ‘스트레스 없이 이렇게 쉽게 살이 빠질 줄 몰랐다’는 피드백을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오며 ‘다이어트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는 이야기에 여러 방송에서 폭식증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전문가로 출연해달라는 러브콜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방송을 하면 대중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체크할 수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의 당당함과 매력적인 분위기에 삼성카메라, LG패션, 더후화장품 등 다양한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광고 촬영을 처음 해보는 데도 재미가 나서 별 부담을 못 느꼈다”면서 “주목받는 게 스스로 자존감 확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내원한 환자 분에게도 긍정 에너지를 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최근 ‘자살 문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은 현재 마음 곳곳이 아프다”며 “젊은층은 결혼을 포기하고, 인생의 끝무렵에서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가 늘어나며,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트레스 등 마음의 문제로 자살하는 경우가 늘고,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는 등 한국 사회는 ‘진정한 힐링’이 필요하다”며 “개인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사회 전체의 힐링에 정신과 의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본 한국의 정신건강을 좀먹는 요소는 ‘수치심 문화’다. 수치심은 ‘내가 본래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본질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다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잘못된 사람’이 되어버리고 개인의 특성은 무시된다. 그는 “수치심 문화에 빠지면 자꾸 남과 비교하며 자기비하에 빠지고 결국 남을 위한 삶을 살게 된다”며 “남에 대한 지나친 의식, 체면치레 행동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다보니 대다수 한국인은 다른 사람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인정욕구’에 굶주려 있다. 외모, 학벌, 직장, 수입 등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도 한몫한다.
유 원장은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고, 주변사람 중 50%만이라도 나를 좋아한다면 성공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절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다보면 ‘멘탈 에너지’를 소진할 수밖에 없다”며 “피곤한 삶의 연속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인정욕구와 열등감이 만나면 ‘일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느끼는 게 멘탈관리의 시작이다. 누가 시켜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쉴 줄 모르고 가만히 있으면 못견디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
내가 아무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쉬고 있으면 남보다 뒤처지게 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은 뭔가에 열중하거나 정신없이 바빠야만 성공한다는 인식을 갖고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80%만 일하라고 권한다”며 “냉정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당신이 일을 줄여도 직장은 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일중독, 인정욕구가 동반된 우리 정서에는 ‘쉼’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쉰다는 것은 도태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유 원장은 막상 쉴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마지막 잎새’를 떠올려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나뭇잎이 나뭇가지에 달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에 자신의 몫을 다하지 않는가”라며 “때로는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맡은 일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스스로에게 휴식을 처방하는 맥락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에서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고, 일몰을 숨죽이며 응시하려면 카메라를 들고 정기적으로 ‘쉬러’ 간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고 말한다. 정신과 진료는 질환이 없어도 마음을 치료하는 부분에서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한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 원장은 “어릴 적부터 정신과에 다니는 사촌동생과 고모를 봤고, 시집살이로 우울증을 겪어야 했던 어머니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며 “정신과가 찾아가기 힘든 곳이 아니라, 교회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하고 문턱이 낮은’ 곳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좋은클리닉을 오픈할 때에도 간판에 ‘정신과’라고 적지 않았고 편안한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현대인에게 스트레스가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저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때 진정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유은정(劉恩庭) 좋은클리닉 원장의 프로필
1996년 이화여대 의대 졸업
2001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취득
2001년 미소의원 스트레스비만클리닉 공동원장
2003년 이화여대 의학석사 취득
2006년 이화여대 의학박사 취득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Fuller) 신학대학원 신학석사
2010년 이후 현재 대한비만치료학회 학술이사
대한자살예방협회 대중문화예술인 전문상담가
비만·스트레스 전문병원 좋은클리닉 원장
부설 굿이미지 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