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로 중증·만성질환이 급증하면서 내시경검사를 통한 질병의 조기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일반인에게 내시경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고 절차가 간단하지만 장세척제 복용으로 인한 불편함, 삽입 과정에서 오는 불쾌함 등은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감염이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도 내시경검사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일생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내시경검사의 종류, 방법, 주의사항 등을 알아본다.
내시경검사는 병소를 직접 관찰하고 이상 부위가 발견될 경우 조직검사와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내시경상으로 암은 모양이 지저분하고 색깔이 하얗거나 지나치게 붉고 크기도 다양한 반면 양성종양은 모양이 일정한 양상을 보인다.
단 종양이 위 체부(가운데)의 후벽(등쪽), 십이지장 구부(위에 가까운 동그랗게 휘어진 부위)에 위치한 병변은 놓치기 쉽다. 크기가 미세한 병소나 점막 아래층에 퍼지는 형태로 자라는 침윤성 암도 진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위(胃)는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 및 치료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부위다. 위내시경은 환자를 왼쪽으로 눕게 한 뒤 입을 통해 광섬유와 미세관을 둘러싼 가느다란 호스 모양의 부드러운 내시경을 삽입, 식도·위·십이지장을 관찰하고 병변이 발견될 경우 해당 조직을 떼어내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상복부 복통, 구토, 출혈, 소화불량, 상부위장관 X선 촬영상 이상소견 등이 있을 때 실시한다.
주 목적은 위암의 조기 발견이다. 보통 위암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발현하지 않은 조기위암은 내시경을 이용해 90% 이상 완치 가능하다.
위내시경검사 결과 조기위암일 경우 복부절개 없이 내시경만으로 암을 제거하는 내시경 점막하층박리술(ESD)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내시경 점막하층박리술 건수는 2011년 2572건에서 2015년 1만6069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위암에 대한 내시경치료 예후는 수술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조기위암 내시경 치료군의 생존율은 98%, 수술군은 96.9%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성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위암의 근본적 치료는 여전히 수술이 밑바탕을 이루겠지만 적합한 대상을 선정하면 내시경치료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단 재발한 위암의 경우 기존 치료법인 수술이 내시경 치료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내시경 암제거 시술은 주로 암이 넓게 퍼지지 않은 초기이거나 암 크기가 2~3㎝ 이하이면서 궤양이 없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내시경으로 암이 발생한 부위에 약물을 주입해 부풀려 돌출시킨 뒤 특수 제작된 내시경 칼을 이용해 절개한다. 암 발생 부위를 자르기 좋게 부풀린 상태에서 생선회 뜨듯 위벽에서 잘라낸다. 암이 위 주변 임파선으로 퍼지거나, 위벽 근육층까지 진행됐거나, 암의 세포분화도가 나쁜 경우 적용하기 어렵다. 위내시경 이후 하루 정도 목 주변 통증이 지속될 수 있고, 조직검사를 병행한 경우 경미한 복통이 수일간 동반된다.
대장은 위 다음으로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 및 치료가 활발히 이뤄진다. 대장내시경은 항문으로 특수카메라가 달린 관을 삽입, 대장 내부 및 대장과 인접한 소장의 말단 부위를 관찰하는 것으로 출혈·원인불명의 하복통·만성설사·염증성장질환·대장게실·조기대장암의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한다. 갑작스러운 혈색소(헤모글로빈, hemoglobin) 감소 등 빈혈 징후가 있는 경우 대변에서 혈색소가 검출되지 않더라도 상부위장관(위, 식도, 십이지장) 내시경과 함께 대장내시경을 시행한다. 직접 대장의 내부를 보면서 병변을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지혈, 조직검사, 병변제거 등을 실시한다.
부작용으로는 장천공, 생검 부위에서의 지속적인 출혈, 과도한 진정제 사용에 따른 호흡억제 등이 있다. 검사 효과를 높이려면 검사 2일 전부터 관장을 실시해 대장 속 대변을 완전히 제거한다.
내시경은 소화기질환 및 암 진단 및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관을 직접 장기에 삽입하기 때문에 고통·두려움·불쾌감·구토 등을 동반하게 된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한 게 수면내시경으로 불편함과 공포를 느끼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보편화되는 추세다.
미다졸람이나 프로포폴 등 진정(수면)유도제를 사용하는데 부작용으로 회복 후 운동실조, 균형상실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고령자나 쇠약한 환자는 무호흡, 저호흡, 혈압저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최근 해상도 및 진단기술이 향상되면서 내시경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해상도가 최대 1000배 높아진 첨단 공초점 현미경내시경은 점막과 점막하층의 세포까지 관찰이 가능해 암 진단율이 높다. 전암(前癌) 단계인 위선종과 위암에 대한 진단 정확도는 94%에 달한다. 국내 연구소와 대학병원 등에 총 4대의 공초점 현미경내시경이 들어와 있다. 일본은 10대, 미국과 유럽은 더 많은 공초점 현미경내시경을 보유 중이다.
조주영 교수는 “첨단 현미경내시경은 위암·식도암·대장암·췌장암 등 소화기암뿐만 아니라 비뇨기계, 신경계, 호흡기계 암의 진단 및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며 “외국산 내시경에 의존하지 말고 국산 내시경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국내 의료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한 빛의 파장을 이용해 점막 표면을 부각시켜 병변을 발견하는 내시경기술도 등장했다. 이 내시경은 마치 점막에 색소를 뿌린 것처럼 영상을 재구성해 모세혈관까지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
렌즈가 3개 달린 대장내시경도 나왔다. 렌즈가 1개인 기존 내시경과 비교해 시야각이 170도에서 330도로 커져 미세한 병변까지 놓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 도입된 캡슐내시경은 비타민 알약처럼 작은 크기의 진단장치로 환자가 캡슐내시경을 삼키면 장치가 몸 속 소화기관을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촬영한다. 영상은 환자가 허리에 차고 있는 기록장치로 전송 및 저장된다.
관 형태의 일반 내시경이 들어가기 힘든 소장 등을 관찰할 수 있어 복통, 설사, 출혈 및 빈혈의 원인을 찾는 데 효과적이다. 단 정확도가 일반 내시경에 비해 낮고, 조직검사와 치료시술이 불가능한 게 단점이다.
캡슐내시경은 위·대장 검사에는 큰 효과가 없고 몸에 심박동기·제세동기가 장착돼 있거나, 장폐색·장협착이 의심스럽거나, 임신 중인 환자에게는 적용이 어려워 검사 전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