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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살 노인도 소녀로 돌리는 기력회복제 ‘구기자’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4-08 15:19:09
  • 수정 2020-09-13 19: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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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레스 많은 직장인·학생에게 추천 … 과다 복용하면 설사 등 부작용 우려
구기자는 열을 내리고 갈증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어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1433년(세종 15년) 유효통, 노중례, 박윤덕 등이 지은 의약서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회춘 음식과 관련된 일화가 적혀져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과거 중국 노나라의 관리가 민정을 살피던 중 나이 어린 소녀가 회초리를 들고 이빨이 빠지고 흰 수염이 난 노인을 쫓아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에 관리가 소녀에게 호통을 치니 소녀는 “자신은 300살이요, 노인은 나의 증손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춘의 비법으로 ‘구기자’(枸杞子)를 관리에게 권했다고 전해진다.

구기자는 예부터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줘 회춘의 음식으로 꼽힌다. 한방에서는 소양인의 음기를 보강하는 보약으로 처방한다. 구기자나무 열매를 ‘구기자’, 잎을 ‘구기엽’, 뿌리를 ‘지골피’ 등으로 부른다. 

최근에는 서양까지 구기자 약효가 알려져 마돈나, 케이트 모스, 미샤 바튼 등 연예계 스타들이 노화 방지를 위해 구기자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영국 BBC를 통해 보도되자 영국과 미국 곳곳의 건강식품 전문점에서 구기자가 인기상품으로 날개돋힌 듯 팔리기도 했다.

구기자는 가지는 헛개나무(枸, 구)와 비슷하고 줄기는 버드나무(杞, 기)와 닮아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가지과에 속한 만생관목으로 가지처럼 보라색 꽃이 피고 열매는 작은 고추와 닮았다.

구기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전역과 유럽 등지에서 자생한다. 국내에서는 충남 청양·예산·공주 일대와 전남 진도가 대표적인 구기자 주산지로 꼽힌다. 이 중 충남 청양은 국내 구기자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내한성이 강하고 아무 토양에서도 잘 자라지만 산간지역에서 재배하는 건 피해야 한다. 일조량이 적고 일교차도 크고 결과적으로 최적의 생육기간이 줄어 수확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풍이 잘 되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병해충 발생이 적은 지역에서 구기자를 키워야 다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에서 구기자를 하수오, 산삼 등과 더불어 보약재로 대접한다.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해 구기자를 매일 음용했으며 서태후와 측천무후도 구기자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중국 내 고급식당에서 종업원들이 주둥이가 긴 주전자로 따라주는 ‘팔보차’(八寶茶)는 여덟 가지 진귀한 약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구기자가 주약재이며 나머지는 구기자의 약성을 돕거나 보완하는 약재로 구성된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은 “구기자는 성질이 서늘하므로 기운이 부족해 발생하기 쉬운 허열을 잡아 주고 눈을 밝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며 “직장인, 수험생 등 평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오랫동안 구기자를 먹으면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화기관이 약하고 입맛이 떨어진 소음인은 구기자를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구기자를 가정에서 가장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차로 마시는 것이다. 물 1.5ℓ에 말린 구기자 열매 10~20g 정도를 넣은 뒤 약불에서 은근히 끓이면 된다. 열을 내리고 갈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므로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비타민C, 루틴 등이 함유돼 있어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저혈압 예방에도 좋다.

구기자는 탈모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 구기자 열매에 뽕잎을 더해 달인 물을 천연 린스로 사용하거나, 물 4컵에 인삼 또는 계피를 4g 가량 넣고 졸이면 트리트먼트제로 활용 가능하다.

구기자는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해롭다. 성질이 차가워 다량으로 장기간 복용할 경우 설사를 유발한다. 몸에 상처나 염증이 있다면 구기자 먹는 것을 잠시 멈춰야 한다. 하루에 30g씩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구기자잎은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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