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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만 되면 ‘종합병동’ … 큰 일교차, 혈압상승 유발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3-28 15:54:00
  • 수정 2016-03-31 1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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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피부서 에너지 과소비, 면역력 저하 … 일교차 1도 상승시 심혈관질환 사망률 2.64배↑

환절기에는 큰 일교차 탓에 면역력이 떨어지고 미세먼지 등 각종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신체 내부로 들어와 ‘종합병동’이 되기 쉽다. 원래 기관지점막이나 코점막이 예민했던 사람은 눈물·콧물이 마를 새가 없고 눈은 벌겋게 충혈된다. 호흡기·피부과질환은 물론 심혈관계질환이 동반돼 봄 나들이는커녕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도 수두룩하다. 최근엔 일교차가 1도 증가할 경우 각종 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0.5배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환절기에 자주 발병하는 질환들은 면역력 저하와 깊이 연관된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3월에는 낮은 기온에만 익숙해졌던 신체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피부, 근육, 교감신경 등 여러 기관이 에너지를 과다 소모하게 된다. 다른 신체기관에서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면 면역세포에 제공되는 에너지의 양이 줄어든다. 여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동반될 경우 신장 근처에서 면역력을 조절하는 부신에서 ‘스트레스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과 성호르몬의 일종인 DHEA(dehydroepiandrosterone)이 분비되면서 에너지 소모량이 급증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와 직결되는 이유다.

환절기질환 중 가장 흔한 알레르기비염은 전세계에서 5억명 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 유병률은 15~20%다.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가려움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눈 충혈이 동반될 많다. 특징적인 증상 외에 피곤함, 감정 기복,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및 부족, 우울감, 불안감 등이 초래될 수 있다.

보통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발생한다. 어머니가 알레르기비염 환자이면 자녀의 발병률이 2~3배 높아지며, 부모가 모두 증상을 가진 경우 발병률이 더 상승한다. 유전으로 발병할 경우 어린 나이에 증상이 시작될 때가 많다.
아동·청소년기에 알레르기비염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면역력이 성인보다 약해 ‘알레르기 행진’, 즉 식품알레르기·아토피피부염·알레르기비염·천식 등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비염과 천식이 동반되거나, 처음엔 천식이 없다가 나중에 발생하기도 한다.

알레르기비염 치료법엔 환경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이 있다. 환경요법은 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자극을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약물요법에는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스테로이드, 비충혈제거제 등을 사용한다.
면역요법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매우 낮은 농도의 알레르기물질을 규칙적으로 투여해 원인 알레르기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을 무뎌지게 하는 치료법으로, 3~5년간 꾸준히 실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정 환경에서만 증상이 나타나거나,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피부는 호흡기 다음으로 환절기질환에 자주 노출되는 부위다. 일교차가 크면 대기의 습도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인체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피부가 건조해진다. 건조한 피부는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아토피피부염, 가려움증, 건선 등이 발생 및 악화될 수 있다. 가려움증을 참지 못해 긁으면 습진이나 염증 등 2차감염으로 이어진다.

이중 건선은 처음엔 피부에 좁쌀 크기만한 발진이 생긴 뒤 점차 붉은색으로 바뀌고, 나중에 발진 위에 피부각질이 새하얗게 덮이는 질환이다. 발진이 생긴 피부가 점차 두꺼워지고 발진들이 합쳐지면서 병변이 커진다. 가려움증은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피부질환에 비해 심하지 않은 편이다. 단순 피부질환이 아닌 면역질환으로 분류되며 심할 경우 손가락과 발가락이 뻣뻣해지고 붓는 건선성 관절염이나 척추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벼운 건선일 땐 스테로이드연고 등 바르는 약을 처방하고, 중등도 이상이 되면 자외선광선을 쬐는 광선치료나 면역억제제를 활용한 전신치료를 시행한다.

눈과 코는 대기 중에 가장 많이 노출되다보니 환절기질환 증상이 다이나믹하게 나타난다. 환절기 코피가 잦은 것도 건조한 환경 탓이다. 코점막이 건조해지면 점액이 원활하게 생성되지 못해 콧속이 메마르고 점막이 벗겨지면서 코피가 난다.
또 건조한 봄바람과 큰 일교차 속 찬바람을 계속 맞으면 눈물이 빨리 말라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2009~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월별 안구건조증 환자는 3월이 평균 30만25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질환에 걸리면 눈이 시리거나 충혈되고 이물감이 느껴진다. 심하면 각막에 상처가 생겨 염증이 발생하고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눈이 건조할 때에는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을 해 피로를 풀어주면 좋다.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하면 눈이 건조해지므로 컴퓨터는 40~50분 사용하면 10분 정도 쉬고,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10분 이상 사용하는 것을 삼간다.

일교차가 커지면 심장기능과 혈관의 확장 및 수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혼란에 빠지면서 심혈관계질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낮엔 따뜻하고 밤엔 쌀쌀한 날씨가 지속될 경우 혈관의 확장 및 수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혈관 저항이 커지고 혈압이 급격히 올라 심장에 부담을 준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 일교차가 1도 증가하면 각종 질병 사망률이 최대 0.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성심장질환(CHD, coronary heart disease)의 노인사망률은 일교차가 1도만 늘어도 2.46배 증가한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큰 일교차는 심박동과 혈압은 물론 면역력, 구강의 염증상태, 호흡기 등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한다”며 “급격한 외부 기온의 변화가 체내 면역 메커니즘에도 여러 측면에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환절기 자주 발생하는 질환으로는 결막염, 중이염, 독감, 안면마비, 대상포진 등이 있다.

환절기질환 예방 및 봄철 건강관리의 핵심은 보온이다. 보통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세포 생산량이 30% 감소한다. 봄철 필수 패션아이템인 스카프는 목 주변을 감싸 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된다. 남성은 넥타이를 적당히 조여 매면 체온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평소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도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C와 피토케미칼(식물 속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이 풍부한 과일, 채소, 차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 감초, 생강, 마늘, 양파, 부추 등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성분이 함유돼 환절기질환 예방에 도움된다.
또 환절기에는 쌀쌀한 새벽이 아닌 온도가 올라간 낮에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벤치프레스나 아령 등 힘을 순간적으로 소모하면서 부담을 주는 운동보다는 2일에 한 번씩 자전거, 속보, 수영, 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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