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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아동학대의 악순환 … 자살·PTSD·학대 대물림 원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3-21 15:09:08
  • 수정 2016-03-24 18: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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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지행동능력 저하·불안·우울 유발 … 뇌신경회로 손상, 가해자가 친부모이면 30%가 아동학대 피해자 돼

평택의 초등학생 신원영 군(7)이 계모와 친부에게 학대받아 사망한 ‘원영이 사건’으로 사회적인 공분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학대로 숨진 네 살배기 딸을 암매장한 혐의로 의붓아버지가 구속됐으며, 앞서 19일에는 부산에서 30대 의사가 미숙아로 태어난 딸을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지난 2월 초에는 부천 목사 아버지와 계모의 자녀 시신 유기 사건,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3년 칠곡 계모 사건, 2014년 울산 계모 사건 등으로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음에도 오히려 정신병리 측면에서 흉악성만 심해져 가슴을 아리게 할 뿐이다.

이처럼 아동학대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이혼에 따른 가정해체, 체벌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각박한 사회 속 이웃에 대한 무관심 등이 꼽힌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통계 결과 아동학대 사례는 2010년 5657건,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 2013년 6796건, 2014년 1만27건으로 4년새 77% 늘었다. 친부의 학대가 45.2%으로 가장 많았고 친모가 32%, 계모 2.4%, 계부 1.9%, 양부 0.2%, 양모가 0.2%로 뒤를 이었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가정사’라는 이유로 쉬쉬하던 분위기가 바뀐 것도 신고 건수 증가의 한 요인이다.

아동학대는 피해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심리적·육체적 상처를 남긴다. 2014년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피해 아동의 82.2%가 신체장애나 정서적 문제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5.9%가 불안장애·반항 및 공격 성향·주의산만 등을 보였으며, 심한 경우 지적장애·지체부자유·뇌병변장애를 앓기도 했다.

신체적 가해가 멍, 흉터, 골절 등 후유증을 남긴다면 언어적·정서적 학대는 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일반적인 뇌신경 다발은 굵고 단단하게 연결돼 신경전달이 원활하다. 하지만 성장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에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신경 다발이 좁거나 약해 끊어질 수 있다.

최지욱 교수는 “부모의 지속적인 언어적·정서적 학대나 가정폭력 경험은 뇌신경 회로 발달에 이상을 일으킨다”며 “특히 언어 표현이나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회로에서 다른 아동과 큰 차이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증상이나 불안증세와 관련 있는 신경회로도 언어·정서적 학대에 취약하다”며 “부모의 양육행동이 자녀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대받은 아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발병 위험도 높다. 이 질환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 비슷한 상황이나 자극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연관 증상으로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장애, 우울증, 약물남용,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2015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 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20대 젊은층이 전체 환자의 30.5%를 차지했다.

이문수 교수는 “학대를 당한 어린이는 불안·자극에 대해 정상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과각성(hyperarousa) 및 회피 반응을 나타내고, 특히 학대 순간이 연상되는 상황을 다시 마주하면 심리적 마비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서적인 감정조절 능력을 비롯해 인지행동 능력에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은영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연구위원은 “가정에서 학대를 당한 아동은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상처나 멍 등 신체적인 후유증 외에도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극단적 행동을 표출하기도 하고, 강박이나 히스테리, 공포, 우울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어릴 적 학대 경험이 청소년기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기’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못한 어린 나이에 정서적 학대를 경험하면 자아형성 및 자기존중 등 ‘자기체계’가 손상되고 우울증이 동반되면서 자살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학습능력에도 지장이 생긴다.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난독증에 빠질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연구 결과 어린 시절 학대는 난독증 위험을 6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폭력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어릴 적 학대 경험이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채 악순환되는 셈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1.8%는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고, 가해자가 친부모일 경우에는 30% 이상이 아동학대 피해자로 남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맞거나 학대당하면 ‘힘으로 다른 누군가를 누르고 제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다. 이같은 학대를 부모의 훈육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부모가 된 뒤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한다.

생활고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조건 가난하거나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다고 해서 자녀를 더 학대한다고는 볼 수 없다. 강은영 연구원은 “정부의 지원체계에 포함된 한부모가정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 대상자 등은 아동학대가 상대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반면 중상류층 가정은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어른은 상담치료가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의 상태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이 효과적이다. 학대를 겪은 아이에게는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가진 비현실적 믿음과 비논리적 추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행동치료를 병행해 바람직한 행동은 증가시키고 그렇지 못한 행동은 최소화해 여러 상황에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문수 교수는 “치료 전 학대 아동에게 안정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학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먼저 정서적인 안정을 취한 뒤 외상성스트레스 장애 등 질환 정도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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