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속 캡사이신, 토마토 풍부한 리코펜이 비타민C 산화 막아 … 지역별로 재료따라 천차만별
한국음식은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발효식품과 함께 발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된장, 간장 등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반면 고추장은 다른 장류에 비해 역사가 짧다. 고추장의 주재료가 되는 고춧가루가 임진왜란 이후 한반도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만들어짐과 동시에 전국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흔히 고추장은 임진왜란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에서는 그 이전부터 조상들이 즐겼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한 재료가 발효음식으로 만들어지기까지 200여년이 걸리는데, 고추장이 만들어지고 보급되는 시기가 너무 급속히 이뤄졌다는 논리다. 이같은 이유로 임진왜란 전부터 고춧가루가 국내에 들어왔고, 고추장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다른 쪽에서는 1433년 발간된 ‘향악집성집’의 기록을 바탕으로 산초를 원료로 하는 초장이 고추장의 원류라고 말한다. 산초장은 중국식 고추장으로 생각하면 좋다. 임진왜란을 거쳐 산초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비슷한 매운맛을 내는 고추를 대용품으로 사용해 고추장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찾아가던 중 순창고추장을 먹었다는 설화가 내려오는 만큼 산초장이 고추장의 기원이란 설은 설득력이 높다.
고추장은 고춧가루가 메인으로 찹쌀, 밀가루, 메주 등을 섞어 만든다. 고추장에 포함된 매운맛, 단맛, 짠맛, 구수함 등은 한데 어우러져 한국인의 입맛을 대표한다. 예부터 각 지역에서는 고유의 특성을 이용한 고추장을 만들었다.
전북 순창에서 만드는 찹쌀고추장은 만드는 과정이 가장 까다롭지만 윤기가 나고 맛이 좋아 고추장 중 가장 유명하다.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는 엿기름 대신 보리를 넣은 보리고추장을 먹는다. 단맛이 고추장보다 덜하지만 구수해 쌈장을 제조할 때 넣으면 좋다.
경남 함안군 마천읍에서는 고구마를 이용한 고구마고추장을 즐긴다. 경북 일부지역에서는 메줏가루 대신 일본식 된장인 미소를 넣기도 한다. 미소고추장은 얼큰하고 구수한 맛을 내므로 매운탕 등 찌개용으로 쓰인다.
이외에도 멥쌀가루를 이용한 멥쌀고추장, 수수 가루를 사용한 수수고추장, 엿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팥을 넣은 팥고추장 등이 지역별 특성이 반영된 식품이다.
1960년대 정부에서 주도한 분식장려운동으로 찹쌀가루 대신 밀가루를 섞는 방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찹쌀을 넣었다고 씌어지지 않는 대부분 공장제 고추장은 밀가루를 넣어 만든 것이다. 밀가루고추장은 찹쌀고추장에 비해 점도와 맛이 크게 떨어진다.
고추장에는 당류와 나트륨이 의외로 많이 들어 있어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고추장 제품에는 당류가 25% 가까이 섞여 있다. 나트륨은 고추장 100g당 평균 2436㎎에 달한다. 성인 기준 하루 나트륨 권장량이 2000㎎ 가량인 것과 비교할 때 많은 양이다. 최근에는 업체별로 당류와 나트륨을 줄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흡하다.
최근에는 고추장에 건강한 식재료를 더한 웰빙고추장을 만드는 게 인기다. 대표적인 게 토마토로 고추장을 만든 ‘토추장’이다. 공중파를 비롯해 방송에서 토추장을 먹고 건강을 찾은 사람들의 사례가 방영되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토마토고추장은 쉽게 일반 고추장에 토마토를 더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토마토고추장은 만들려면 먼저 물에 엿기름을 풀어 손으로 주물러 가라앉혀야 한다. 이후 맑은 물만 버리고 찹쌀가루를 넣은 뒤 서서히 졸여 식히면 된다. 여기에 으깬 토마토를 붓고 메줏가루, 고춧가루, 소금, 조청 등을 더해 계속 저어주면 토마토고추장이 만들어진다.
고추장에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각종 유기산이 가득하다. 고추장에 함유된 캡사이신은 유산소운동 시 지방을 연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고추에 풍부한 비타민C의 산화를 막아줘 조리과정 중 비타민C 손실을 최소화한다. 토마토에는 항산화효과를 가진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하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내는 리코펜은 성호르몬 활성과 전립선 건강유지 등 정력에 관련된 기능에 효과가 좋다. 리코펜은 지용성 영양소로 기름에 잘 녹아 나온다. 조리할 때 기름이나 지방을 다량 함유한 식품을 이용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일반 고추장보다 토마토고추장으로 요리한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