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전 여성의 생리불순이 치주질환과 관련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생리불순으로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치주염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리불순과 당뇨병, 유방암, 심장질환 등 전신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치주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준범·고영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교수팀이 2010~2012년 19세 이상 폐경 전 여성 1553명을 대상으로 치주염 치료가 필요한 정도와 생리주기의 규칙성을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생리불순이 심하면 치주염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치주염 치료가 필요한 비율은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보이는 여성은 8%, 생리불순이 3개월에 한 번인 여성은 17.9%, 생리불순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여성은 18.6%였다.
나이, 체질량지수, 흡연, 음주, 운동, 대사증후군, 칫솔질 횟수, 호르몬치료 여부 등 교란변수(confounding factor)를 보정한 뒤에도 생리불순 여성은 치주질환에 걸릴 위험이 1.764배 높은 것으로 조사돼 폐경 전 여성의 생리불순이 치주염의 잠재적 위험지표(risk indicator)로 밝혀졌다.
치주질환은 치아 주변의 잇몸, 치주인대, 치조골 등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치아 주변조직이 바람든 것처럼 붓고 피가 난다고 해서 풍치로도 불린다. 치아나 치석 주변에 딱딱하게 붙은 치태는 염증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치태는 칫솔질을 해도 제거되지 않고 치아와 잇몸 주위에 남아 있는 세균덩어리다.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잇몸이 붓고 피와 고름이 나며 심할 경우 잇몸뼈를 녹인다.
치주질환 치료의 핵심은 조기발견이다. 염증이 심해지기 전 치과를 방문해 치석제거술(스케일링)이나 간단한 잇몸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개선된다. 하지만 잇몸뼈까지 녹아 치아가 흔들리는 정도가 돼야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박준범 교수는 “일단 형성된 치석은 칫솔질만으로는 제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1년에 1~2회 치과에서 전문적인 스케일링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리불순이 지속되면 염증 반응을 심화시키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이 증가해 치주염이 악화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생리불순과 치주질환을 동시에 가진 젊은 여성은 근본치료를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생리불순은 최근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2~3개월 이상 생리를 하지 않거나, 생리주기가 너무 짧거나 또는 생리기간이 너무 길거나, 부정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등을 뜻한다.
가임기 여성은 일반적으로 4주(28일)에 한 번 생리를 한다. 이 주기가 21일 미만이거나 35일 이상으로 불규칙하면 생리불순으로 진단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여성 100명당 3.8명꼴로 생리불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요인으로는 호르몬 불균형, 임신, 피임약 복용 등이 꼽히며 갑상선질환, 자궁근종, 자궁용종, 자궁선근종,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최세경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서구화된 식단과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젊은 여성의 생리불순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배란과 규칙적인 생리주기는 여성 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생리불순 원인 중 하나인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배란장애가 만성화되면 불임 및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