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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미쉐린가이드’, 한식문화 제대로 담을까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3-17 11:08:59
  • 수정 2020-09-13 19: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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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행 심사원 직접 평가, 별 갯수로 등급 나눠 … 평가방식 불만 꾸준히 제기
미쉐린가이드는 크게 레드가이드와 그린가이드로 나뉘는데, 이 중 레드가이드에서만 레스토랑에 별을 붙여 평가한다.
2012년 미국 뉴욕에 위치한 한국 식당 ‘단지’가 ‘미식가의 바이블’로 통하는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 뉴욕판에 등재됐다. 일본 음식에 비해 세계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식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당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일 미쉐린코리아는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판을 발간하겠다고 발표해 다시 한국인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판은 세계적으로 27번째, 아시아에서는 4번째 버전이다.

본래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서 프랑스 타이어 제조사였던 미쉐린이 자동차 운전자를 위해 발행한 여행 책자 중 한 파트였다. 발행 초기에는 거칠게 말하면 요리 잘 하기로 소문난 ‘서민적 맛집’이나 ‘기사 식당’ 안내서 수준이었다.  자동차가 막 보급되는 시기여서 미쉐린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의미에서 매년 꾸준히 미쉐린 가이드를 발행, 주로 타이어 구매자나 자동차 정비소에서 무료로 나눠줬다. 그러다 1920년부터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1940~1945년에는 세계대전의 여파로 출판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레스토랑에 별점을 주는 ‘레드가이드’와 여행정보를 담은 ‘그린가이드’로 나뉜다. 이번에 발간이 확정된 서울편은 레드가이드로 인쇄본 및 디지털버전이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된다. 매년 개정판이 발매된다. 미쉐린 가이드 한국편 그린가이드는 2011년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편에 적용될 음식점 평가 기준은 다른 지역 버전과 같다. 암행 심사원이 손님으로 가장해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 및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미쉐린 가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별의 갯수로 레스토랑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1930년부터 시작된 전통이다. 처음에는 단순 별을 붙이는 것에 불과했지만 1933년부터 별을 최대 3개까지 부여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별 1개 등급은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식당, 2개는 멀리까지 찾아갈 만한 식당, 3개는 요리를 먹으려고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식당을 뜻한다.

미쉐린 가이드는 흔히 미슐랭 가이드로도 불린다. 이는 미쉐린의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에서는 미슐랭으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어인 미슐랭과 영어인 가이드가 더해지면 정체불명의 단어가 되므로 미쉘린 가이드로 칭하는 게 옳다. 미쉐린 가이드란 뜻의 ‘기드 미슐랭’도 맞는 표현이다. 미쉐린 한국지사에서도 미슐랭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쉐린 가이드의 권위는 세계적이지만 정작 출판 부수는 얼마되지 않는다. 책자 제작 사업은 매년 약 1500만유로(한화 약 219억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미쉐린 본사에서는 폐간을 고려했지만 전통을 지키자는 명목으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방식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0년 3월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에서 별 3개짜리 레스토랑으로 지정된 일본음식 전문점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논란은 증폭됐다. 미슐랭 가이드 측은 위생 문제에도 불구하고 별 3개 평점을 취소하지 않아 사회적인 비난을 키웠다. 이같은 영향으로 일본판은 절반 이하로 부수가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외식산업의 특성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보낸다. 국내 외식산업이 외국과 가장 차이나는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활성화다. 대부분 국내 자영업자들은 사업장 관리가 편하고 실패 리스크도 적은 프랜차이즈 식당을 선택한다. 식당가에서는 재료가 같으면 맛도 비슷하고, 가맹점과 직영점 간 맛의 차이가 있는 등 평가가 과연 객관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겠냐고 지적한다. 이에 미쉐린 측은 “각 지점마다 쉐프가 다른 만큼 가게별로 평가해 가이드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의문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여행지에서 미쉐린 가이드만 보고 식당을 선택했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미쉐린 가이드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떤 이는 글로벌 시각에서 음식이 깔끔하긴 한데 그 나라 고유의 깊은 맛이 우러나오지 않는다고 하고, 국내 대형호텔처럼 맛이 평범한데 값만 비싸다거나, 제법 맛은 있지만 가격 대비 한 끼 식사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할 정도로 양이 적게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세계적 관광명소에 인접한 미쉐린 가이드 선정 식당들이 그런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의 경우 한국 고유의 풍미, 인정담긴 푸짐함을 중시하는 한국인 식성을 제대로 반영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게 식도락가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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