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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이 두렵다 … 고개 숙인 남성, 남성갱년기가 원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3-10 11:27:44
  • 수정 2016-03-13 19: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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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이상 28.4%, 테스토스테론 수치 정상 이하 … 여성갱년기보다 증상 미미하지만 조기치료 필요

종합상사 영업팀 과장인 최모 씨(47)는 얼마 전부터 사소한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짜증을 낸다. 여성만 봄을 타는 것으로 치부해왔지만 정작 자신도 밀려오는 우울감과 무기력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 여기에 성욕이 떨어지면서 발기력이 감소해 부인과의 잠자리를 회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최 씨처럼 평소와 달리 사소한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우울증, 무기력증, 성욕 감소 등이 나타나면 남성갱년기(andropause)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한남성과학회 조사 결과 2010년 전국 40대 이상 남성 2000여명 중 28.4%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에 못미치는 남성갱년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4.1%, 50대 28.7%, 60대 28.1%, 70대 이상은 44.4%로 나이가 들면서 점차 증가한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주로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은 여러 장기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물학적 인자다. 30대에 최고치에 달했다가 이후 0.8~1%씩 감소한다. 이 호르몬이 결핍되면 성욕 감퇴와 성기능 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호르몬에 비해 감소 속도가 느리고, 여성갱년기(menopause)와 달리 안면홍조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덜하다.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는 성욕 감소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및 복부비만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50ng/㎗ 미만(정상수치 300~1000ng/㎗)이면 남성갱년기로 진단한다. 하루 중 호르몬 변화가 있기 때문에 오전 7~11시에 검사받아야 한다. 낮은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특정한 질병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김재식 국립교통재활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 운영) 비뇨기과 교수는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죽어도 좋아’를 보면 남성의 성적 욕구는 노인에서도 충분히 발휘된다”며 “65세 이상 노인의 약 70%는 여전이 성적 욕구가 강하고 실제로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만 보장된다면 성적인 욕구나 성생활은 정년이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라며 “남성갱년기장애를 창피해 하거나 숨기지 말고 비뇨기과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70대가 되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30대의 절반, 80대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고 남성호르몬에 대한 표적세포의 민감성이 감소해 폐경기 여성처럼 갱년기 증상을 겪게 된다.
여성갱년기는 호르몬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안면홍조, 식은땀, 불면증, 우울감, 심한 감정변화,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불면증 등이 눈에 띄게 발현되지만 남성갱년기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서서히 줄고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남성갱년기는 손상 및 질병으로부터 회복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체활동이 저하되며, 복부비만이 동반되면서 체중이 증가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식욕저하, 무기력증, 불면증, 탈모, 골다공증, 근력저하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리적으로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한다. 이밖에 우울감, 자신감 및 즐거움 결여, 삶의 목적과 방향 소실, 소외감, 집중력 저하, 건망증 등이 동반된다. 우울증 등 정서적인 증상은 여성갱년기가 남성갱년기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남성갱년기 증상은 단순한 노화 과정으로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여러 선행 연구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저하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골다공증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증가한다.

여성갱년기와 가장 확실하게 차이나는 부분은 발기부전 등 성적인 문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 성욕 감소, 성 행위에 대한 불안감 및 두려움, 성기능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이 동반된다. 음경조직은 혈관(해면체)으로 이뤄져 있으며, 성적 자극을 받으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성기가 발기된다. 테스토스테론은 혈관을 확장해 음경 내로 혈액을 유입시켜 발기를 돕는 역할을 한다. 즉 이 호르몬의 농도가 떨어지면 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상심하지 말고 파트너와 대화하면서 부부관계를 적극적으로 가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부부관계를 할 때 원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확진 후에는 하루 두 번 식후 복용하는 경구용 약제, 하루 한 번 피부에 바르는 경피용 제제, 2~3주 혹은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 중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김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 심한 심폐기능 부전증이나 무호흡 수면장애 등을 가진 환자는 갱년기치료가 어려우므로 정밀진단 및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부비만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려 남성갱년기를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살이 찌면 지방조직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중 가장 강력한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면서 남성호르몬이 줄어든다. 이런 경우 복부 내장지방이 늘어 인슐린 대사가 떨어지고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진다.

평소 식습관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만약 체중이 많이 늘어난 상태라면 체지방 감량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시 높아진다. 비타민D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유지하는데 도움되는 영양성분으로 생선이나 콩류에 다량 함유돼 있다. 고령자의 1일 비타민D 섭취권장량은 1000~2000IU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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