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일본 NHK의 한 방송에 출연한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였던 제시카는 좋아하는 일본 음식으로 ‘야키니쿠’를 꼽아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됐었다. 야키니쿠는 한국 전통음식인 불고기를 뜻하는 것으로 마치 일본 가수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으로 우동이나 초밥을 든 것과 같은 비유였다는 게 네티즌들의 논리였다. 제시카가 미국에서 오래 살다온 재미동포로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당시 논란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최근 불고기가 한국 전통음식이 아닌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받고 있다. TvN의 ‘수요미식회’ 프로그램에 출연한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불고기, 스키야키, 야키니쿠 등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 일제시대에 분명히 서로 관여하고 분화한 음식”이라며 “불고기란 단어 자체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결국 불고기는 한국 고유의 음식이라기보다 일본과 공동으로 발전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야키니쿠(燒肉)는 불태울 소(燒)자에 고기 육(肉)자가 합쳐진 것으로 불고기와 의미가 같다”고 덧붙였다.
불고기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본 전통음식인 ‘스키야키’를 주목한다. 이 음식은 소고기와 채소에 간장을 부워 끓이는 음식으로 불고기와 맛과 형태가 유사하다.
과거 일본은 1872년까지 육류 섭취를 금지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 들어온 서양인이 자국민들보다 체격이 월등히 크자 일본 왕실은 육류 섭취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육식 해금령을 내렸다. 당시 서양 식재료인 소고기와 일본 고유의 재료인 간장이 접목해 ‘규나베’(牛鍋)라는 음식이 인기였다. 규나베는 스키야키로 변화됐다. 지금도 성업 중인 스키야키 전문집인 ‘닌교초 이마한’은 1895년 문을 열었다.
스키야키는 일제강점기 한반도로 건너와 일부 한국인에게 전파됐다. 이문열의 자서전적 소설 ‘변경’에서는 1960년대 중반 딸이 시골에서 상경한 어머니에게 음식점에서 불고기를 대접하는데 어머니는 종업원에게 날달걀을 주문하고 불고기를 여기에 찍어 먹는 장면이 묘사됐다. 이는 전형적인 스키야키를 먹는 방식이다.
즉 이들의 주장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스키야키가 한국으로 건너가 불고기로 바뀌었고 이것이 다시 일본으로 넘어와 야키니쿠가 됐다는 것이다.
불고기가 한국 고유의 음식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고구려 시절 ‘맥적’(貊炙)이 불고기의 원형이라고 주장한다. 맥적은 고기를 장으로 양념해 꼬치에 끼워 직화로 구워먹는 것을 뜻한다. 당시 중국에서는 고기에 양념을 하지 않고 굽거나 구운 고기를 양념에 무쳐 먹는 형태였던 것을 볼 때 한민족 고유의 조리 스타일이라 볼 수 있다.
영양학자인 김갑영 전 한국가정과학회장은 “조선시대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에서는 ‘소고기를 저며 칼등으로 두들겨 연하게 한 뒤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 기름과 소금을 발라 충분히 스며들면 숯불에 구우면 연하고 맛이 좋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며 “이 음식은 설야멱적으로 불렸는데 설야적, 설리적 등으로 칭하다가 너비아니구이로 발전했으며 1950년대 오늘날 불고기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대부분 일본 야키니쿠 전문점을 재일동포들이 운영한다는 것도 불고기 한국유래설을 믿는 사람들이 말하는 논리 중 하나다. 불고기가 일본 고유의 음식이라면 불고기의 원형으로 꼽히는 야키니쿠 전문점은 일본인들이 대부분 운영하는 게 옳지 않냐는 게 이유다.
불고기라는 명칭은 불에 구워 먹는 고기라는 의미다. 점차 양념한 고기를 익히는 의미로 바뀌었으며 양념하지 않고 소금간만 하는 것은 소금구이라고 칭한다. 양념한 고기는 특별하게 정해진 것이 없지만 육류에 양념을 바른 것은 모두 불고기로 표현한다. 다만 고기에 통뼈가 붙어있으면 갈비라고 구분한다.
국내에서 불고기는 지역별로 다양하게 변화됐다.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 등이 대표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불고기 음식으로 꼽힌다.
언양불고기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굵게 채 썬 소고기를 배즙에 재웠다가 국간장, 설탕, 다진 파·마늘, 물, 물엿, 참기름, 후추가루 등을 넣고 버무린 것이다. 이를 물에 묻힌 한지를 올린 석쇠에 구워 통깨를 그 위에 뿌리면 완성된다.
다른 불고기와 달리 국물 없이 바짝 익히는 게 특징이다. 숯불에서 막 나온 언양불고기는 숯불의 향과 불에 살짝 그슬린 고기가 어우러져 침샘을 자극한다. 언양불고기 위에는 버섯이 얹어 나온다. 언양불고기는 대략 0.3cm 얇은 두께로 불에 오래 달구지 않아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전남 광양의 광양불고기는 예부터 광양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음식이다.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참나무로 만든 참숯을 담은 화로 위에서 굽는다. 참숯향이 더해져 훈연의 맛이 난다. 여기에 열 전도율이 높은, 구리석쇠를 이용해 얇게 다진 소고기를 얹어 단시간 구워 육즙맛을 최대화한 게 특징이다.
광양불고기에는 채끝살이 사용된다. 지방이 적고 부드럽다. 다른 지역 불고기와 달리 전남·경남의 맛이 어우러진 양념을 즉석에서 묻혀 조리하는 게 특징이다. 자극적인 양념이나 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