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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재감염 사례 없어 … 모유·침 통한 감염 가능성 희박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3-07 19:42:08
  • 수정 2016-03-10 18: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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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와 소두증간 연관성 없어 … 수혈은 주의해야, 날씨보다 서식환경이 중요

올해 초 브라질발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지구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전세계인의 축제인 리우올리픽(8월 5~21일)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처럼 근거없는 소문이나 잘못된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무엇인지, 국내 전파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아봤다.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계열로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매개로 확산된다. 감염되면 3~7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발진, 관절통, 눈 충혈 같은 증상이 며칠 또는 1주일간 계속된다. 하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 경우는 드물고 사망 사례도 보고된 바 없다. 즉 신체 건강한 성인이 감염될 경우 대부분은 ‘감기가 심하게 왔다’거나 ‘요즘 피곤했는지 몸살이 왔네’ 정도로 지나간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가 2년이나 되고 여성이 한번 감염되면 나중에 임신해도 소두증 아기가 태어난다는 이야기는 모두 근거 없는 ‘괴담’이다. 이재갑 교수는 “SNS에 떠도는 지카바이러스 관련 소문 중엔 황당무계한 것들이 많다”며 “임신부 등의 혈액에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은 감염 후 1주일 정도이므로 이 기간만 지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카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됐던 사람이 치료된 후 재감염된 사례도 없으므로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미에선 대개 여성은 감염 뒤 2~3개월 지나면 임신해도 괜찮다고 본다. 지카바이러스에 한번 걸리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다가 나중에 임신하면 소두증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지카바이러스가 혈액에 존재해야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해 아이에게 옮겨진다.

이 교수는 “유전자변형 모기가 지카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모기살충제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SNS상의 글도 앞뒤 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사람에 대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처음 확인된 것은 유전자변형 기술이 개발되기 훨씬 전인 1954년”이라고 말했다.

침 등 키스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극히 적다. 침에서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카바이러스가 침에 산 채로 존재한다고 해도 상대 입 안에 상처가 있어야 감염된다.

모유나 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희박하다. 모유에서 아직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모유를 먹이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물에선 바이러스가 희석되므로 물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거의 없다.
수혈로는 지카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선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1개월이 지나야 수혈 가능하므로 원칙대로 이뤄진다면 수혈을 매개로 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임신부 중 일부는 모기기피제에 독성이 있다는 이유로 꺼린다. 하지만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임산부에게 디에틸톨루아미드(DEET), 이카리딘, 레몬 유칼립투스 오일이 든 모기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했다. 허브 등 천연성분 중엔 과학적으로 효과나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성분도 포함돼 있다. 이들 성분이 임신부에게 안전한 것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실제 올림픽이 보이콧될 확률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은 남미에서 겨울이기 떄문에 모기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안에서도 지카바이러스는 소득이 낮고 위생 상태가 떨어지는 북부에 집중되고 있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곳은 남부지역이므로 상대적으로 영향이 미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날씨가 서늘하다고 해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제로’라고는 보기 어렵다. 날씨나 계절보다는 모기 서식 가능성 자체가 중요한 요소다. 한여름이 아니더라도 모기가 살 수  있는 조건이라면 계절과 상관없이 감염 가능하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의 성충이 발견되지 않았고, 특히 이집트숲모기의 경우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어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본다.

아직 논란이 있지만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의 관련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최근호에 2013년 12월부터 브라질에 거주하다가 2015년 2월에 임신한 슬로베니아 여성(25)의 사례가 상세하게 다뤄졌다. 이 여성은 임신 32주차에 태아의 성장 지연과 소두증이 발견돼 임신중절을 했는데 태아의 뇌 조직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특히 지카바이러스에 지속적으로 감염되거나, 태아에 신경학적 결손이 있을 경우 소두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 바이러스는 태아 대뇌피질의 세포를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세포의 사멸을 촉진하고 새로운 뇌세포의 생성을 저해한다.

게다가 미국 존스홉킨스대 세포공학연구소와 플로리다 주립대 공동연구팀이 신경전구세포(hNPCs), 줄기세포, 뉴런 등을 지카바이러스에 3일간 노출한 결과 신경전구세포에서 심각한 손상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전구세포는 태아의 두뇌와 대외피질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해외연구 결과 신경전구세포의 90%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 3분의 1 가까이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된 세포는 지카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반면 줄기세포와 뉴런 등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카바이러스와 길랑바레증후군과의 관계는 소두증보다 밝혀진 게 더 적다. 이 질환은 말초신경이 망가지는 병으로 운동장애, 호흡장애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환자가 생겨도 굳이 격리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교수는 “지카바이러스는 방역을 통해 예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질병”이라며 “감염돼도 열이 나지 않는 등 무증상 감염자가 전체의 80%에 달하므로 공항이나 항만 검역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전파돼 토착화할 가능성은 몇 년 이내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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