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마맥주, 마약김밥, 마약치킨, 마약빵 등 듣기만 해도 중독될 것 같은 이름의 음식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음식에는 실제 마약에 들어 있는 환각 성분은 없지만 마약처럼 중독성 강한 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식품에 마약이란 단어가 붙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전후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서 김밥과 떡볶이 등에 마약이란 말이 처음 사용됐고 이후 다른 음식과 상호명으로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이라는 용어는 식품, 잡화 등에서 중독처럼 번지고 있지만 실제로 마약을 제조하거나 유통·판매·소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국내 관련법 상 실제 마약을 함유한 음식은 제조 및 유통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껍질을 벗긴 ‘대마’(大麻, Hemp, 헴프) 씨앗이 함유된 음식은 국내 소비자들도 구할 수 있다. 반만 대마초 잎사귀나 씨앗껍질에는 환각 성분이 들어 있어 제조나 유통은 불법이다.
2012년 1000년 역사를 가진 독일 바이세노 수도원의 양조장에서 만든 대마맥주 ‘카나비스클럽’이 국내에 들어와 화제가 됐다. 이 맥주는 수도원 특유의 엄격한 생산공정과 통제방식을 지켜 만들어졌다. 대마맥주라 불리는 것은 실제로 껍질 벗긴 대마씨 추출물을 함유했기 때문이다. 카나비스클럽은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2병이 한 세트인데, ‘카나비스클럽 써드’(알코올 함유 4.9%)를 한 모금 마신 뒤 에너지드링크의 일종인 ‘카나비스클럽 플래시’(무알코올)를 두 모금 마시면 된다.
대마초는 전세계적으로 관련 규제가 느슨해지고 있는 마약 중 하나다. 2014년부터 우루과이에서는 대마초 유통을 전격 허용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부터 4개 주와 컬럼비아특별구(워싱턴DC)에선 대마초가 합법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완전 합법은 아니지만 이미 1976년 마리화나를 가벼운 약물(soft drug)로 지정해 카페 같은 지정된 장소에서 흡입할 수 있게 법을 바꿨다. 이같은 이유로 대부분 유럽국가는 개인이 마리화나를 소량 갖고 있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캐나다 농업농산식품부(Agriculture and Agri-food Canada)의 자료에 따르면 헴프씨로는 과자, 맥주, 곡물가루, 치즈 등을 만들 수 있다. 껍질을 벗긴 헴프씨유로는 샐러드용 소스, 바디케어 제품, 세제, 페인트 등을 제조할 수 있다. 미국 대마산업협회(Hemp Industry Association, HIA)는 2013년 미국의 대마 관련 식품, 목욕용품, 의류, 자동차부품, 건축자재 등의 총 소매액을 약 5억8100만달러(한화 약 674억5000만원)로 추정했다.
국내에서는 대마 섬유를 이용해 주로 삼베 수의(壽衣)를 만든다. 수요량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해 해외에서 대부분 수입한다. 중국산이 약 90%다. 1995~2014년에 연평균 7만550㎏ 가량이 국내로 들어왔다. 수입액은 연평균 41만9000달러(약 4억850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마약이란 단어를 붙인 음식이 호기심을 노린 상술일 뿐이라며 의미를 두진 않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혹시나 청소년 등 판별력이 부족한 이들이 마약이란 단어를 친숙하게 생각하다가 진짜 마약을 접했을 때 먹어도 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경남 김해시는 시내 음식점들이 마약이란 용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 마약 상호 남용 방지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전단지를 배부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마약이란 용어 사용은 국어순화운동에도 위배되는 것은 물론 청소년에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경각심을 낮추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업주들의 인식개선과 자발적 동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