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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 마지막날 ‘세계 희귀질환의 날’ … 국내 70만명 넘어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6-02-26 18:33:44
  • 수정 2020-09-13 19: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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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1일부터 ‘극희귀질환’과 ‘상세불명 희귀질환’의 환자 부담 감소
한독 임직원이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세계 희귀질환의 날(2월 마지막날)’을 앞두고 희귀질환 환자를 돕기 위한 ‘사랑의 헌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내 몸의 시한폭탄이 오늘 터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밀려와요”.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20대 초반의 박모 씨는 두려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복통과 혈뇨가 나오는 데 그치지 않고 4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숨이 차서 밖에 나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국내 환자 수 약 360여 명으로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이름도 생소한 이 질환은 체내 적혈구가 파괴되는 희귀질환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 3명 중 한 명이 진단 후 5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돼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적혈구가 깨지며 생긴 내용물이 혈관을 타고 다니며 신장, 간, 뇌, 폐 등의 주요 장기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30대 초반으로, 한창 사회적으로 활동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수혈이나 골수이식 같은 방법만 있고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치료제가 개발돼 ‘제2의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4년마다 1번 돌아오는 2월 29일이라는 희소성에 착안해 사회의 무관심 속에 소외받는 희귀질환 환우들의 어려움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유럽희귀질환기구(the European Rare Disease Organization)이 처음 제정했다.

희귀질환은 치료뿐만 아니라 진단 자체가 어려워 중증 장애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의료기관과 치료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은 6000~7000여 가지로 추정된다. 분류 방법에 따라 질환 수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환자수는 약 2억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서도 매년 희귀질환 환자 수가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7만9258명에서 2011년 53만6649명, 2012년 58만7394명, 2013년 63만8931명, 2014년 69만469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전, 면역, 환경요인 등 상호작용에 의해 다양한 희귀질환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많은 제약사들이 과거와 달리 희귀질환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증상 악화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고생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셈이다.

국내 제약사로는 녹십자가 2013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치료제인 ‘헌터라제(이두설파제베타)’를 개발했다. 이수앱지스는 2014년에 파브리병치료제 ‘파바갈주’를, 2013년에 바이오시밀러 고셔병치료제인 ‘애브서틴’을 선보이면서 해당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독은 현재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리리스’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트라클리어’, 혈우병 치료제 ‘모노클레이트-피’ 등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엔 ‘트라클리어’에 이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옵서미트’와 재즈 파마슈티컬의 중증 간정맥폐쇄증 치료제 ‘데피텔리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소아기에 발병한 저인산증 환자의 골 증상을 치료하는 ‘스트렌식주’의 허가도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13년 뉴트리시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희귀질환자를 위한 특수의료용도식품을 정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로렌조오일(부신백질이영양증), 피케이 에이드4(페닐케톤뇨증), 엔케이에이치 아나믹스(비케톤성 고글리신혈증), 티와이알 아나믹스(티로신혈증) 등이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희귀질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이다.

이와 더불어 한독은 제넥신의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 신약인 ‘지속형 자가염증질환 치료제(HL2351)’를 개발하고 있다. 이 신약은 2014년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치료제로 개발단계 희귀질환약 지정을 받았으며 현재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희귀질환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정부의 지원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 희귀질환 신약 연구 지원을 의무화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올해엔 희귀질환자들의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희귀의약품 지정요건·허가기준 등 규제가 대폭 손질됐다.

오는 3월 1일부터는 ‘희귀난치질환 산정 특례제도’가 확대 적용되며 ‘극 희귀질환자’와 ‘상세불명 희귀질환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희귀난치질환 산정 특례제도는 ‘본인부담률 10%’ 규정에 따라 희귀질환 환자가 건강보험 진료비의 10%만 내도록 하는 장치다. 일반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20~60%)보다 훨씬 낮아서 의료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극 희귀질환자’와 ‘상세불명 희귀질환자’도 해당돼 건강보험 진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의 의료급여를 지원받는 사람이라면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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