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연세암병원이 3세대 면역항암제를 바탕으로 한 폐암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 병원은 25일 서암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암 항암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의 장점을 소개했다.
폐암은 국내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환자 50% 이상이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항암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폐암치료는 10년 주기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고 있다”며 “최근에는 억제돼 있던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치료제’의 부작용과 2세대 ‘표적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개선했다. 1세대 화학항암치료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함께 손상시켜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심하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만을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덜하지만 적용 가능한 환자군이 적고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등장한 3세대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진다. 면역체계의 세 가지 특징은 ‘특이성, 기억 능력, 적응력’인데 면역항암제는 이런 기본적인 특징을 증강시켜 항암효과를 극대화한다.
과거에도 면역항암치료법이 존재하긴 했다. 사이토카인요법 또는 백신이나 면역세포인 T세포 자체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면역항암치료가 실행됐지만 일부 암 종 외에는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보이지 못했고 강한 독성도 문제였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이같은 문제를 ‘면역관문 억제제’로 극복했다. 암세포는 PD-L1이라는 ‘면역회피물질’을 통해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키고 그 틈을 이용해 증식한다. 암세포의 PD-L1과 T세포의 PD-1이 결합하면 T세포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사멸하게 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항체를 만들어 PD-L1과 PD-1의 결합을 억제해 T세포가 정상적인 작용을 하도록 돕는다.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면역항암제의 임상연구 결과 1년 생존률은 42%, 3년 생존율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의 가장 큰 차이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면역체계의 특징을 활용한 면역항암제는 장기간의 효과지속(durable response), 장기생존가능(long-term survival), 폭넓은 항암효과(broad anti-tumor activity), 낮은 부작용(low toxicity profile) 등의 특징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3세대 항암제는 유전자 변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암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며 “항암제 투여를 중단해도 면역체계는 기억능력이 있어 암세포 공격을 계속하기 때문에 약효가 오래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향후 구체적으로 어떤 암에서 특별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기존 치료법과 동시 적용할 때 적절한 치료 순서를 정하는 것도 남은 과제”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