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 및 자간증을 경험한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일반여성보다 67.5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 달리 일반 임산부는 발생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망막은 혈관이 그물 모양으로 복잡하게 퍼져 있는 중요한 신경조직이다. 이 망막에 퍼져있는 혈관 중 정맥이 막혀 출혈과 부종 등이 일어나는 질환이 망막정맥폐쇄(Retinal Vein Occlusion)다. 이 질환은 시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실명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전까지 안과 교과서 등에서는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과 더불어 임신 시 발생하는 응고항진상태(혈액응고능력이 높아져 피덩어리 같은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 상태)를 망막정맥폐쇄의 위험요인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일부 사례 보고에 근거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임신과 망막정맥폐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2007~2011년 심평원에 등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망막정맥폐쇄를 진단받은 환자 중 여성을 선별, 이들 중 임신 및 출산을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표준화발생비(SIR, Standardized Incidence Ratio)를 이용해 같은 연령대의 일반 여성과 임산부의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임산부는 같은 연령의 일반 여성대비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0.29배로 오히려 낮았다. 반면 흔히 임신중독증으로 알려진 고혈압성질환인 전자간증 및 자간증을 경험한 고위험 임산부는 일반 여성 대비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67.5배나 높았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산전검사를 시행하는 등 평소보다 더 건강에 신경을 쓴다. 이 때문에 위험인자를 미리 통제해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일반 여성보다 훨씬 낮다.
반면 전자간증 또는 자간증을 경험한 임산부는 혈압상승 등 여러 복합적인 상태가 나타나 세동맥(미세순환에 관여하는 혈관)이 좁아지고 망막출혈이 발생해 망막정맥폐쇄 위험이 높아진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임신이 망막정맥폐쇄의 위험 요인이라고 당연하게 기술하던 사실과 반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동시에 임신 자체가 그동안의 통설과 달리 망막정맥폐쇄의 위험인자가 아니라 오히려 보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박상준 교수는 “임신과 망막정맥폐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과거의 문헌은 대부분 몇몇 사례보고로만 이뤄져 의학적인 증거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의료영역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신과 망막정맥폐쇄의 관련성에 대한 새로운 의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과 망막정맥폐쇄의 관련성을 알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높은 전자간증 및 자간증 경험 고위험 임산부는 정기적인 산전검사를 비롯해 정밀 안과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저명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국제 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