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은 일반인에 비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함께 앓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 심리적 안정과 치료가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석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탈북민 177명과 일반인 315명을 대상으로 불면증을 비롯해 우울증, 정신적 외상 등 심리적 상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 탈북민은 일반인보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3주 이상 지속돼 치료가 필요한 불면증이 나타난 비율은 탈북민이 38.4%, 일반인은 8.8%였다.
불면증과 함께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 탈북민은 28.2%에 달해 일반인(3.17%)보다 10배 가까이 많았다. 연구 참여 탈북민의 40.1%가 PTSD 증상을 보였고, 4명 중 1명꼴(25.4%)로 불면증이 함께 나타났다.
탈북민이 불면증, 우울증, PTSD 등 정신적 문제를 많이 겪는 이유는 각종 위험과 폭력적 상황에 자주 노출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탈북 과정에서 기아, 고문, 폭력, 인신매매를 등 충격적 사건을 직접 겪거나 북한에서 공개처형과 같이 끔찍한 장면을 본 경험은 심리적 상처로 남게 된다.
탈북민들은 정신적 외상을 일으킬만한 사건을 평균 6.73개씩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북한에서 빈사상태에 빠질 정도의 굶주림을 경험했거나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사건이 발생한 경우, 탈북 후 심각한 구타 또는 인신매매를 당한 경우라면 트라우마가 더 깊게 남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 정착한 뒤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해 심리적 불안감을 달고 사는 것도 병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김석주 교수는 “탈북민은 일반인에 비해 불면증 같은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며 “불면증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우울증이나 PTSD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제 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Psychiatry Investig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