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발표된 보험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 중 하나가 백내장수술이다. 20여년 전만해도 소수 대학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는 큰 수술이었지만 수술기계의 발달과 안과 의사들의 실력 향상으로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 수술 후 오랜 시간 입원할 필요가 없고 빠른 시일 내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백내장수술을 해도 돋보기안경이 없이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이나 글씨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일반적인 인공수정체는 초점이 하나 밖에 없고 원근 거리 조절능력이 없어 근거리를 보려면 돋보기를 사용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노안교정 인공수정체는 수정체에 미세한 굴곡을 만들어 원거리의 빛과 근거리의 빛을 동시에 망막에 맺히게 함으로써 먼 거리의 물체와 근거리의 글씨를 안경 없이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했다.
노안교정 인공수정체는 8~9년 전부터 국내에서 활발히 시술되기 시작했지만 수술 후 환자만족도가 높지 않아 반짝 인기를 얻은 뒤 잊혀졌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들의 거듭된 노력 끝에 현재의 인공수정체가 개발됐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환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시술 건수는 꾸준히 늘었고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노안교정용 인공수정체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노안교정 인공수정체로는 미국 알콘의 ‘레스토(RESTOR)렌즈’, 독일 자이스(Zeiss)의 ‘아크리리사렌즈’, 네델란드 VSY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의 ‘아크리바 REVIOL(레비올)’ 등이 있다.
알콘사의 레스토렌즈는 기존 다초점렌즈의 단점인 불만족스러운 근거리시력을 개선했고, 야간시력 장애와 빛번짐 현상 등을 최소화했다. 실제 눈 조직의 성질과 적합한 재질로 이뤄져 불편함이나 이물감 등이 없다.
아크리리사렌즈는 동공의 크기에 관계없이 우수한 원거리 및 근거리 시력을 제공하는 게 장점이다.
VSY의 레비올렌즈은 구면수차(빛이 각막, 수정체, 유리체 등을 통과할 때 광학적·해부학적 한계로 정확한 초점이 맺히지 않는 증상)를 보정해 시력의 질이 더 우수하고 후발 백내장 발생 위험이 낮다. 2㎜의 작은 절개부위로도 삽입이 가능해 안전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하지만 다른 시술과 마찬가지로 노안교정 인공수정체 시술도 빛번짐이나 시력저하 등 부작용 위험이 존재한다. 업체마다 서로 장점을 더 강화하고 부작용은 줄였다고 홍보하지만 시술 건수가 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단점들이 발견되고는 한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희망찬안과 김태석 원장은 “인공수정체는 이식 초기의 안전성은 높은 편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장점이 시간이 흘러 단점이 되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인공수정체 색상에 따라 효과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며 “오히려 초기에 환자만족도를 높였던 장점이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노안교정 백내장수술을 위해서는 환자의 생활패턴, 직업, 기저질환, 10~20년 뒤 예후 등을 고려해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한다. 또 인공수정체를 눈 안의 중심부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꼼꼼하고 경험 많은 안과 의사를 만나 충분히 상의한 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인공수정체로 시술받는 게 좋다. 노안교정 인공수정체는 시술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효과만이 아닌 장기간의 안전성을 판단한 뒤 시술받는 게 중요하다.
김태석 원장은 “일부 병원에서 백내장이 없는 사람에게 단지 노안교정을 목적으로 다초점 노안교정용 인공수정체를 시술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순수 노안교정을 목적으로 40~50대에 이런 시술을 받으면 장기적인 안전성이 떨어질 위험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안교정 인공수정체는 백내장수술 시 삽입하는 단초점 일반 인공수정체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백내장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다”며 “하지만 백내장이 없는 눈의 노안까지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아니므로 백내장이 없는 젊은 사람이 노안교정을 위해 시술받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안교정 인공수정체의 개발과 발전으로 백내장수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획기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시술 전 안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설명을 듣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