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험한 산지로 둘러 쌓여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외부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과거 탄광 전용으로 쓰이던 철도를 이용해 1999년부터 정선 5일장 관광열차를 운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외부인이 정선으로 몰려 들어 탄광의 쇠퇴로 활기를 잃어던 정선 읍내는 주말만 되면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곤드레는 관광열차 운행이 시작된 시기부터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 유명해진 산나물이다. 정선 곤드레는 2010년 산림청으로부터 지리적표시등록을 인증받으면서 정선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의 강원도 방언으로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초다. 학명은 ‘Cirsium setidens’다.
전국 들판에 자생하며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지중해 연안부터 북미 남서부 지역까지 널리 분포한다. 곤드레라는 이름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마치 술 취한 사람과 닮아 붙여졌다. 일부에서는 민들레, 둥굴레 등과 같이 곤들레로 불리던 게 곤드레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찬우 정선군농업기술센터 특화작목담당은 “곤드레는 파종 후 1년 정도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다”며 “곤드레는 지대가 높은 곳에서 잘 크기 때문에 산이 높은 정선에서 많이 재배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선군에서 곤드레로 얻은 순소득은 고랭지 감자보다 많다”며 “정선 곤드레를 명품화하고 3차산업으로 활용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곤드레는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어린 잎과 줄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데쳐 건나물, 국거리, 볶음용으로 쓰인다. 과거에는 빈궁기에 구황식물로 이용됐다. 곤드레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곤드레밥이 가장 유명하다. 곤드레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쌀과 궁합이 맞다.
곤드레밥은 강원도 산골 오지마을에서 곡식이 떨어진 화전민들이 굶주림을 면하려고 먹었던 음식이다. 쌀이 떨어진 데다 감자, 옥수수마저 바닥나면 산나물인 곤드레를 따라 밥에 넣어 양을 부풀려 먹었다. 과거에는 곤드레 나물에 콩나물을 잘게 잘라 섞은 뒤 죽을 쑤어 먹었다. 지금은 곤드레밥을 넓은 그릇에 담아 양념장을 넣고 삭삭 비벼 먹는다.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맛이 구수하고 입안에서 맴도는 향이 독특하다. 곤드레밥 외에도 생으로 쌈을 싸 먹거나 무침, 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다.
곤드레는 기온이 18~25도에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 토층이 두꺼워 배수가 양호하면서 보수력도 좋은 비옥지가 재배지로 이상적이다. 토질은 약산성(pH 5.5∼6.5)이 적절하다. 곤드레의 줄기는 1m까지 자란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고 잎은 달걀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꽃은 7~10월 사이에 핀다. 가지와 줄기 끝에 자주색 꽃송이가 난다. 누런색 털이 달린 씨는 바람에 잘 날라간다. 대개 2~3년이 지나면 뿌리가 썩고 종자가 떨어진 상태로 자란다.
곤드레 나물은 봄에 캐서 말린 후 저장하거나 냉동고에 보관하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말린 곤드레는 바람이 잘 통하고 습기가 적은 곳에 둬야 한다. 말린 곤드레 나물을 찬물에 약 2~3시간 담근 후 잎이 부드러워지면 냄비에 넣고 삶는다. 물이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약 30분 정도 더 데친다. 이후 찬물에 여러 번 헹궈 냉동 보관하면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먹거리로 이용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곤드레에 대해 ‘성질은 평하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고 적혀져 있다. 이어 ‘어혈을 풀고 출혈을 멎게 하며 옹종, 옴, 버짐 등을 낫게 한다’고 써 있다. 한방에서는 곤드레를 ‘대계’(大薊)로 부른다. 5월에 금방 돋은 잎을 뜯고 9월에는 뿌리를 캐 그늘에 말려 쓴다. 곤드레를 포함한 엉겅퀴류 식물의 이파리 생즙은 신경통과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장염, 신장염, 부종 등 치료에도 쓰인다. 일부에서 정력 증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정장 작용이 있어 변비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따라서 위기능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은 과다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곤드레는 탄수화물, 섬유질, 무기질, 비타민 등 함유량이 높다. 펙톨리나린(pectolinarin)은 항산화 성분으로 음주 후 해독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드레추출물은 화장품 조성물로도 쓰인다. 항산화, 주름방지, 미백, 육모, 여드름방지, 자극완화 등 효과가 있다. 국내 모 화장품에서는 이같은 성분을 이용해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