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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 풍부한 채소 원한다면 말려 보세요 … 향미 진해지는 ‘건채소’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2-01 11:27:33
  • 수정 2016-02-05 17: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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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분 빠지며 비타민·식이섬유 등 10배 농축 …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서 천천히 건조해야

수분이 많거나 부피가 적은 채소는 말릴 경우 종잇장처럼 부스러지고 실처럼 가늘어지기 쉬워 건채소로 어울리지 않는다.

과거 조상들은 가을철 수확물을 사계절 내내 이용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저장법 중 하나가 건조법이다. 음식을 말리면 부피가 줄어들어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휴대가 간편하다. 식품은 대부분 수분으로 인해 부패한다. 말린 식품은 수분이 거의 없어 미생물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실온에 둬도 곰팡이나 세균 번식 우려가 적다. 서랍장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볶거나 불려 나물로, 국에 넣어 끓여 먹을 수 있다.

채소는 어떤 방식으로 말리느냐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 맑은 날 햇볕에 두면 향미가 진해지지만 겉만 마르기 쉽고 영양소도 파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천천히 건조시키면 채소의 단맛이 강해진다. 자주 뒤적거려야 구석구석 마르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말린 식품을 적정량으로 분배해 냉동시키면 4~5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 뭉개지기 쉬운 것은 씨를 제거하고 말리는 게 좋다. 소쿠리, 채반 등에 겹치지 않게 넓게 펴 건조시켜야 한다.

말린 채소은 수분이 빠지면서 영양소가 농축된다.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 가량 밀도가 높아진다. 채소에 많이 함유된 식이섬유는 체내 독소와 콜레스테롤을 배출시키고 대장 운동을 도와준다. 영양섭취가 불균형적이고 두뇌를 많이 쓰는 노인이나 수험생이 말린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적은 양으로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말린 채소로는 연근, 무, 표고버섯, 가지, 무청, 감자, 고구마, 애호박 등이 있다.

연근은 3~5㎜ 가량 얇게 썬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바싹 말려야 한다. 헹구는 물에 소금과 식초를 넣으면 변색을 막을 수 있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말린 연근을 갈색이 날 때까지 볶고 보리차처럼 끓이거나 컵에 2~3조각 넣고 우려내면 연근차가 완성된다.

무를 건조시킨 무말랭이는 비타민C, 디아스타제, 무기질 등이 풍부하다. 고혈압이나 골다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무말랭이는 국산 무를 이용하는 게 좋다. 적당히 맵고 곰팡이가 피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양념에 무쳐 반찬으로 먹는다. 무말랭이를 쫄깃하게 빨리 불리려면 설탕을 약간 넣으면 된다.

버섯류는 건조시키면 식용 및 약용 가치가 올라가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말린 표고버섯은 생 것보다 향미가 진하고 식감도 쫄깃하다. 표고버섯은 다른 버섯과 달리 양지에서 자라 비타민D뿐만 아니라 비타민B₁, 비타민B₂, 무기질 등이 풍부하다. 자연광에서 말리면 이같은 비타민 함유량이 더욱 높아진다. 칼로리가 거의 없어 체중조절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된다. 말린 표고버섯은 식이섬유 함량이 증가해 변비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좋다. 1시간 가량 끓여 우리면 간단하게 표고버섯차를 만들 수 있다.

가지의 주성분은 당질이다. 철분, 칼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아 고른 영양섭취를 돕는다. 말린 가지의 경우 혈액순환을 도와 부기를 빼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가지를 말리려면 꼭지 부분을 남겨 놓고 서너 갈래로 부채처럼 펼쳐 빨랫줄에 걸어 2~3일 두면 된다.

겨울철 자주 먹는 무청 시래기의 경우 약 35% 이상이 식이섬유로 이뤄져 소화 및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준다. 유해활성을 제거하는 베타카로틴, 클로로필 등도 풍부해 뛰어난 항산화 작용을 자랑한다. 비타민D는 골다공증이나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무청을 말릴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숨이 죽을 정도로 한번 데쳐야 한다. 찬 물에 여러 번 헹군 후 물기를 꼭 짜 채반에 널거나 줄에 걸어 말린다. 물기가 없어지도록 바싹 말려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시래기를 조리할 때는 푹 삶아 부드러워지게 한 후 30분 이상 찬물에 담가 쓴맛을 빼고 먹는다.

감자와 고구마는 0.1~0.2㎝ 두께로 자른 뒤 찬물에 2시간 이상 담가 전분을 빼야 한다. 이후 소금물에 살짝 데치고 마른 행주로 눌러 앞뒤로 수분을 없앤 다음 채반에 널어 말리면 된다. 말린 감자와 고구마는 튀김으로 먹으면 아이들 간식이나 간단한 술안주로 이용할 수 있다.

말린 애호박은 호박고지로도 부르며 쓰임새가 많다. 호박고지 속 비타민D는 혈액 칼슘 농도를 조절하고 섭취된 칼슘의 흡수를 촉진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네랄, 무기질, 식이섬유 등도 풍부해 변비 완화에도 좋다. 비타민C는 체내 수분을 배출시켜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호박고지는 주로 나물로 요리해 먹는다. 호박고지를 물에 불려 물기를 제거한 후 볶으면 된다. 호박고지를 식용유에 볶아 먹으면 비타민D 흡수를 촉진할 수 있다. 볶은 호박고지는 재래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해 무쳐 먹으면 되는데 이때 양념을 과하게 하면 나트륨 섭취를 증가시키고 열량도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호박고지를 찌개에 넣어 먹어도 좋다.

말린 식품이 몸에 좋다고 모든 채소를 건조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분이 많거나 부피가 적은 채소는 말리지 않는 게 좋다. 예컨대 상추는 말리면 종잇장처럼 얇아져 부스러지고 부추는 실처럼 가늘어지며 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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