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질환 환자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수술 잘하는 병원’이다. 자신의 몸을 믿고 맡길 정형외과 의사의 역량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한다. 다음으로 수술 시 적절한 통증관리 노하우를 가졌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석정호 서울부민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은 “같은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통증을 어떻게 조절 및 관리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컨디션, 회복 속도, 재활 효과 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마취는 단순히 수술을 위한 전 단계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취 방법과 기술, 타이밍에 따라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통증 강도가 매우 다르므로 전문적인 의료기술이 필요하다.
관절수술은 통증이 심한 편에 속한다. 말기 퇴행성관절염 치료법인 인공관절치환술은 수술 후 통증이 심하다는 이유로 수술 자체를 고민하는 환자가 상당수다. 수술 후에도 통증 강도가 심하면 재활치료 진행이 더디거나 효과가 반감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민병원은 마취통증관리프로그램을 개선했으며, 미국 유수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의 글로벌 얼라이언스 멤버로 지정되면서 관련 의료기술을 교류해왔다.
석 과장은 “수술 전 마취와 함께 수술 부위의 감각지배신경을 차단하는 말초신경차단술을 병행하는 등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절수술의 마취통증 억제법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며 “수술 시 전신마취를 자제해 마취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개선된 마취통증관리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실제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는 전보다 40~50% 정도 감소했다.
말초신경차단술의 성공는 의료진의 역량에 달렸다. 약물을 정확히 주입하려면 초음파로 신경 및 신경 주위 구조물을 면밀히 파악한 뒤 최적의 투여 용량을 결정해야 한다.
통증조절 효과가 나타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수술 후 통증이 가장 극심한 시기인 마취가 풀린 직후부터 일정 기간 동안 통증을 제대로 조절하려면 약물 농도와 주입 시간 등 고려할 사안이 많다. 수술하는 관절 부위에 따라 통증 조절 정도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인공관절치환술이나 무릎관절내시경수술 후 재활치료를 통해 관절 가동 범위를 확장해야 할 경우 통증감소 효과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운동신경을 살리고 감각신경만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