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는 이탈리아인에게 음식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들은 파스타에 자신들의 문화가 담겨져 있다고 믿는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파스타는 토마토·크림소스 스파게티가 주를 이뤘다. 지금은 현지의 맛을 재연한 전통 메뉴부터 셰프의 개성이 담긴 음식까지 다양해졌다.
파스타는 밀가루와 물을 이용해 만든 이탈리아식 국수다. 피자와 함께 대표적인 이탈리아 음식으로 꼽힌다. 파스타의 종류는 대략 350가지가 넘는다. 기원전 1세기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탈리아인의 주식이었다. 19세기 말부터 이탈리라 이민자들에 의해 여러 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해 오늘날 전세계인이 즐기는 요리가 됐다.
파스타(pasta)는 이탈리아어로 ‘반죽(paste)’을 뜻한다. 과거에는 ‘몸 속에 흡수돼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반죽’이란 의미로 ‘파스타 알리멘타레’(pasta alimentare)로 불리기도 했다. 파스타는 밀의 한 종류인 듀럼밀(Durhum·Durham)로 만든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유량이 다른 밀에 비해서 높으며 딱딱한 게 특징이다. 강우량이 적은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듀럼밀을 찰지게 반죽해 구멍이 뚫린 형판에 넣으면 파스타면이 나온다. 예컨대 마카로니를 만드려면 강철 핀이 있는 좁은 구멍에 듀럼밀 반죽을 통과시키고, 스파게티는 핀이 없는 작은 구멍에 반죽을 넣으면 완성된다. 반죽에 색을 내고 싶다면 시금치(녹색), 당근(붉은색), 달걀(노란색) 등을 넣으면 된다.
파스타는 형태에 따라 크게 롱(long)파스타, 쇼트(short)파스타, 스터프트(stutted, 속을 채운 것)파스타로 나뉜다.
대표적인 롱파스타로는 ‘스파게티’(spaghetti), ‘라사냐’(lasagna), ‘탈리아텔레’(tagliatelle) 등이 있다. 과거 스파게티는 ‘베르미첼리’(vermichelli)로 불렸다. 스파게티란 단어는 시인이었던 안토니오 비비아니가 1824년 자신의 시에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초기 스파게티는 지금보다 가늘었으며 이탈리아 북부 지역으로 전해지면서 진한 소스와 만나 오늘날 굵기가 됐다. 토마토소스, 미트소스 등과 잘 어울린다.
라사냐(라자냐)는 그리스어인 ‘라가논(laganon)’에서 라틴어인 ‘라가눔(laganum)’을 거쳐 생겨난 말이다. 과거에는 반죽에 각종 향신료를 섞고 올리브유에 튀겨 먹는 음식이었다. 라사냐는 모든 파스타의 원조로 볼 수 있다. 볼로냐에서 초록색 반죽에 라구소스, 베사멜소스, 파르메산치즈 등을 얹어 오븐에 구워 먹던 게 지금의 라사냐로 굳어졌다. 치즈, 토마토소스와 궁합이 맞는다.
탈리아텔레는 15세기 라사냐에서 변형돼 만들어졌다. 얇게 민 반죽을 돌돌 말아 자른 것으로 이탈리아식 칼국수로 생각하면 좋다. 1450년경 마에스트로 마르티노(Maestro Martino)라는 요리사가 자신의 책에 라사냐를 말아 손가락 넓이로 자르는 법을 소개하면서 탈리아텔레가 만들어졌다. 미트소스, 생크림소스, 버터소스, 치즈소스 등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쇼트파스타로는 ‘펜네’(penne), ‘마카로니’(macaroni), ‘푸질리’(fusilli) 등이 있다. 펜네는 쇼트파스타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형태에 따라 옆면이 밋밋한 것은 ‘펜네 리스케’(penne lisce), 옆면에 가는 홈이 있다면 ‘펜네 리가떼’(penne rigate), 크기가 작으면 ‘펜니네’(pennine) 등으로 구분된다. 펜네는 걸쭉한 소스와 가장 잘 어울린다. 매콤한 토마토소스인 아라비아타(arrabiata)는 펜네와 같이 조리하면 맛이 배가된다.
마카로니는 본국인 이탈리아보다 미국에서 인기가 좋다. 미국인들은 마카로니를 엘보(elbow)파스타로 많이 부른다. 흔히 알려진 마카로니는 엄밀히 이탈리아식 파스타라고 볼 수 없다. 이탈리아식 마카로니는 미국식에 비해 더 길어 펜네와 유사하다.
푸질리는 나선형 모양으로 꼬인 파스타를 통칭한다. 끼니보다 간식거리로 적절하다. 스프링 모양에서 오는 쫀득한 식감은 어떤 소스와 매치시켜도 잘 어울린다. 면을 포크로 감아 먹어야 하는 롱파스타와 달리 포크로 간편하게 찍어먹을 수 있다. 샐러드 재료로도 애용된다. 특유의 스프링 모양은 냉동시킬 경우 망가질 수 있어 냉장보관하는 게 좋다.
스터프트파스타로는 ‘뇨키’(gnocchi), ‘라비올리’(ravioli), ‘토르텔리니’(tortellini) 등이 대표적이다.
뇨키는 수제비와 비슷한 음식으로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감자, 밀가루 등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져 과거엔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먹었지만 최근에는 들어가는 재료와 소스가 풍부해지며 미식가들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간단한 식사로 먹거나 메인 요리와 함께 즐기며 수프, 스튜 등에 넣기도 한다.
라비올리는 속을 채운 뒤 납작하게 빚어내는 파스타다. 지역과 재료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시금치와 리코타치즈를 섞어 넣는다. 치즈가 많이 들어가 한국인의 입맛에는 약간 느끼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라비올리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중국식 만두가 이탈리아로 건너가 지금의 라비올리가 됐다는 논리다. 토마토소스와 잘 어울린다.
토르텔리니는 두툼한 왕만두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속으로 돼지고기, 모짜렐라치즈, 파마산치즈 등을 넣는다. 볼로냐에서 만들어졌으며 주로 크림소스를 첨가해 먹는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비너스의 아름다운 배꼽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에 먹는다. 1900년대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식품박람회에 소개된 이후로 미국에서도 즐겨 먹는다.
파스타를 삶을 때는 100g당 물 1ℓ를 넣는 게 좋다. 물이 반 정도 찰 만한 넉넉한 크기의 냄비를 준비해야 한다. 물이 끓으면 소금을 넣고 파스타를 넣으면 된다. 면을 너무 익히면 탄력이 떨어지고 푹 퍼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파스타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소스를 만들 때 육수로 활용하면 좋다. 삶아진 파스타는 물기를 빼고 따뜻한 접시에 소스와 함께 담아낸다. 소스의 양은 파스타를 살짝 버무릴 정도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