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집안에 아기를 둔 가정은 귀성길 장거리 운전시 ‘흔들린아이증후군(Shaken Baby Syndrome)’을 주의해야 한다. 몇 년 전 일본에서는 8시간 동안 차량에 탑승했던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2주 후 극심한 구토, 뇌출혈, 망막출혈이 동반된 사건이 발생했다.
목 근육이 덜 발달돼 고정력이 약한 어린아이가 장시간 차에 탑승하면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뇌조직이 두개골에 부딪히고 주변 혈관이 찢어지면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흔들린아이증후군은 부모나 어른들이 울거나 보채는 아기를 너무 자주 흔들어 생기는 질병으로 뇌출혈, 망막출혈, 늑골골절 등을 유발한다. 보통 충격을 받은 뒤 60%는 수일 또는 수개월 뒤에 실명하거나 사지마비, 정신박약, 성장장애, 간질 등 영구적인 후유증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의 아기가 이 질환으로 사망한다. 일단 이 증세로 진단되면 약 30%의 아기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채수안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세 이하 영유아를 심하게 흔들면 흔들린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머리 부분이 연약한 생후 6개월 미만 유아는 장시간 차에 태우고 운전하는 것을 삼가고, 굳이 유아와 동행해야 한다면 자주 차를 세워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거나 아기가 칭얼거리며 보채고 토하면서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증상을 감기, 소화불량, 장염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채수안 교수는 “이 질환으로 뇌출혈이 생기면 뇌압이 상승하면서 아기가 축 처지고, 안구각막에 핏발이 서 눈이 충혈되며, 잘 걷던 아기가 비틀거리면서 넘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른이 아기를 안고 자동차에 탑승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기에게 맞는 카시트를 설치하고 아기의 목과 머리 앞뒤좌우 흔들림을 예방할 수 있는 목보호 쿠션을 사용한다.
아기가 울고 보챌 땐 왜 우는지 먼저 잘 살펴보는 게 좋다. 아기를 안고 함부로 세게 흔들거나, 공중에 던졌다 받는 놀이를 하거나, 어깨에 무등을 태우고 뛰는 행동은 삼간다.
또 운전하기 전 차 실내 세차를 하고, 에어컨 필터를 점검하는 등 차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채수안 교수는 “겨울철 차내 히터를 오래 틀 경우 실내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아이의 기관지에 점막이 말라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감기에 걸릴 수 있다”며 “아이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면서 점막의 습도를 유지하고 물과 분유 등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기는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보온에 신경 쓰고 직사광선이 드는 자리는 피한다. 아기가 차 안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장난감을 준비하거나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차내에서 틀어주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휴게소 등에서 아이를 차 안에 혼자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도 삼가야 한다.